[네트워크 장비 `M&A 태풍`]`먹고 먹히는` 전쟁 점화

네트워크 장비업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2000년 초기 우후죽순으로 생기던 네트워크 장비업계가 잇따른 인수합병(M&A)과 제휴로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기술과 자본력이 뒤떨어진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합종연횡은 시장에 큰 여파를 남긴다. 인력과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업체간 M&A에 뒤따르는 당연한 결과다. 수년간 네트워크 업계를 호령했던 글로벌기업도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경우도 많다. 모두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추세다.

[네트워크 장비 `M&A 태풍`]`먹고 먹히는` 전쟁 점화

◇가장 큰 M&A `뉴 노키아` 탄생

지난해 4월 네트워크 장비업계 M&A 풍조에 첫 단추가 끼워졌다.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를 156억유로(약 18조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2009년에도 에릭슨이 노텔네트웍스 무선통신사업부를 11억3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노키아·알카텔루슨트보다 규모가 작다.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 사례는 네트워크 사업이 더 이상 유선이나 무선 한쪽에만 치우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던졌다. 노키아는 기지국 중심 무선네트워크 사업을 주도했다. 알카텔루슨트는 유선네트워크 장비 관련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상태다. 광전송 장비, 스위치·라우터 등이 대표적이다. 합병 회사는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 직원은 합병회사를 `뉴 노키아`라고 칭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알카텔루슨트 브랜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네트워크 사업 가닥을 잡고 세부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작업이 한창이다. 합병 결정 당시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 임직원 고용을 유지하기로 프랑스 정부 등과 합의했다.

사업 부문별로 중복된 인력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외신에 따르면, 노키아는 본사가 있는 핀란드에서 1300여명을 감원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상을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1400여명을 정리할 예정이다. 노키아 글로벌 인력은 10만4000여명이다.

국내에는 인력 구조조정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회사 관계자 의견이다. 국내 네트워크 시장에서 노키아와 알카텔루슨트 사업 부문이 크게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노키아코리아 관계자는 “각 사업에서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을 최대한 가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담당업무 조정이 한창인 만큼 두고 봐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키아코리아 직원은 200여명, 한국알카텔루슨트는 130여명 수준이다.

[네트워크 장비 `M&A 태풍`]`먹고 먹히는` 전쟁 점화

◇에릭슨과 손잡은 시스코 `여전히 배고프다`

뉴 노키아가 M&A로 글로벌시장 1위 사업자였던 에릭슨 뒤를 바짝 쫓아갔지만 에릭슨은 한 발짝 더 멀리 앞서 나갔다. 노키아·알카텔루슨트 M&A가 발표된 지 반년 만에 시스코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뉴 노키아 탄생 이후 시스코·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릭슨을 둘러싼 M&A설이 나돌았지만 에릭슨과 시스코는 `파트너십`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양사는 장비와 판매, 컨설팅을 통합하는 제휴를 맺었다. 새 하드웨어 장비와 서비스도 공동 개발한다. 스위치·라우터,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등 전방위 공조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M&A와 맞먹는 제휴로 통합 네트워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두 회사는 임직원만 7만6000여명에 달한다. 함께 쓸 수 있는 특허는 5만6000여개가 넘는다. 시스코와 에릭슨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2018년까지 10억달러 이상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시스코·에릭슨 연합이 국내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유선(시스코)과 무선(에릭슨) 분야 양대 산맥인 두 회사가 손잡으면서 M&A와 필적하는 시너지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5세대(5G) 통신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상용화하려는 국내시장에는 영향력이 더욱 막강하다.

지난달 우리나라를 찾은 척 로빈스 시스코 CEO와 이달 방한한 크리스 헥처 시스코 아시아태평양 통신부문 사장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국내시장을 5G와 IoT 테스트베드로 삼으려는 시스코는 에릭슨과 공조를 강조했다. 국내 통신사가 원하는 솔루션을 시스코·에릭슨 동맹이 `엔드 투 엔드`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헥처 사장은 “시스코와 이야기하면 에릭슨과 통합된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에릭슨과 서로 보완된 제품 포트폴리오로 통신사 만족도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코는 추가 제휴와 M&A 가능성도 열어뒀다. 5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 보유액도 차세대 통신·네트워크를 위한 협력이나 투자, M&A를 위한 총알이다. 헥처 사장은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인수할 의향도 있다”며 “에릭슨과 같은 성공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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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랜 몸집 불리기 `HPE아루바와 브로케이드·루커스`

HP가 무선랜 강자 아루바네트웍스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노키아·알카텔루슨트 M&A 발표 이전이다. 네트워크 사업부가 HP 품을 떠나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때 부족했던 무선네트워크 사업 포트폴리오를 아루바가 채울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3월 인수를 결정했다. 총 인수금액은 27억달러(약 3조원)다. HP의 스위치 제품과 아루바 무선랜 제품을 합쳐 해당 분야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던 시스코 아성에 도전키로 했다. HPE아루바 탄생이다.

HPE아루바는 기존 HP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판매망을 적극 활용한다. PC·프린터, 엔터프라이즈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갖춘 HP 세일즈 조직과 협업한다는 의미다. 기업용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1·2위를 다툴 만큼 규모와 경쟁력을 키웠다고 자부한다. 국내에서도 두 회사 조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HPE아루바 사례와 견주는 M&A는 브로케이드·루커스와이어리스 사례다. 브로케이드는 지난달 12억달러(약 1조3800억원)에 루커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HPE아루바처럼 유선(브로케이드)과 무선(루커스) 네트워크 솔루션을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시장에서는 시스코·HPE아루바·화웨이·삼성전자와 브로케이드 합병회사 등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룰 전망이다. 아직까지 브로케이드 합병회사의 구체적 사업방향은 나오지 않았지만 2~3개월 안에 인력·사업구조 변화를 끝내야 시장 경쟁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브로케이드 관계자는 “각각 잘하는 영역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내부적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서로가 가진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며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장비 시장 매출액 현황

자료 : 가트너

주요 네트워크 장비업체 인수합병·제휴 현황

자료 : 업계 취합

[네트워크 장비 `M&A 태풍`]`먹고 먹히는` 전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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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