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디젤 `마녀사냥`만이 능사인가

함봉균 기자.
함봉균 기자.

요즘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린 `디젤`에 대한 지탄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디젤차를 도심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기자 역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여덟살 아들을 둔 아빠 입장에서, 매일 출근길에 펼쳐지는 잿빛 하늘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디젤차를 규제해서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지하고 싶다.

심정이야 그렇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도시 미세먼지의 원인이 디젤차 등 수송연료 연소에서 기인한다기보다 화력발전이나 제조업 등에서 배출되는 비중이 훨씬 크다. 또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등 먼지 영향도 많이 받는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서 수송연료의 미세먼지 유발도가 11% 수준인 것을 보면 분명 미세먼지가 늘어난 것이 디젤차 때문만은 아니다.

디젤차 고향인 유럽에서도 최근 디젤차 등록이 줄고 있는 추세라지만 이미 많은 디젤차가 운행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깨끗한 공기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모로 디젤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고 가기엔 무리가 따른다.

마녀사냥식으로 디젤차를 퇴출시키자는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디젤차가 도시 미세먼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는 중국발 먼지와 발전·제조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한 비교도 이뤄져야 한다.

디젤차의 미세먼지 배출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 높은 출력과 연비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도 정책 결정에 감안해야 한다. 신기후변화체제에 맞춰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분명 디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

무작정 디젤차를 퇴출로 몰고가기보다 디젤·휘발유·LPG·하이브리드·전기 등 수송연료를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경제성을 고려해 적절한 믹스(Mix)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녀사냥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최적의 수송연료 믹스를 강구하는 것이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