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걸까? 지구와 물질 기원은 무엇일까?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법한 질문이다. 재단법인 카오스가 이런 질문에 해법을 내놨다. 카오스가 기획하고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이 발행한 `기원(Origin)`은 우주, 지구, 물질 등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의 `기원`을 담았다. 우주를 비롯해 △물질 기원 △지구 기원 △생명 기원 △암 기원 △현생 인류와 한민족 기원 △종교와 예술 기원 △문명과 수학 기원 △과학과 기술 기원 △한국과학 기술 기원 등 10개 분야 `기원`을 수록했다.
책을 기획한 카오스 재단은 과학, 지식, 나눔을 모토로 2014년 11월 설립됐다. 기초과학의 깊이 있는 지식을 대중 강연과 콘서트, 출판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 전하는 것이 설립 목표다. 이런 차원에서 처음으로 기획해 낸 책이 `기원`이다. 책은 빅뱅, 생명, 물질, 문명, 과학 등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의 `기원`에 대해 국내 최고 석학 10명이 강연한 것을 모아 총 10강으로 엮은 것이다.
1강은 우주 기원이다. 138억년전 빅뱅에서 지금의 우주가 탄생한 과정,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들려준다. 빅뱅에서 어떻게 물질이 만들어졌고, 어떻게 `가장 이상한 물질인 생명`으로 이어졌는지는 2강에서 다뤘다. 3강과 4강은 지구와 생명 기원을 알려준다. 5강은 암의 기원이다. 다른 주제와 달리 생뚱맞은 감이 있다. 이에 대해 카오스는 “암의 기원은 생명의 본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진화와 유전, 세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6강 이후부터는 과학과 인류학을 결합한 내용이다. 6강인 `현생 인류와 한민족 기원`은 우리 한민족의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인 이홍규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석좌교수는 “모든 인류는 같다. 또 모든 인류는 다르다”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7강은 종교와 예술의 기원이다. 저자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고대 오리엔트 문자와 문명을 전공한 고전문헌학자다. 고대 오리엔트 언어에 매료돼 하버드대 고대근동학과에서 샘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했다. 고대 페르시아제국 다리우스 대왕의 삼중 쐐기문자 비문인 베히스툰 비문 권위자다. 2003년부터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와 그 이전 문명과 종교를 가르치고 있다. 배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과도 같은 것”이라며 “향기가 나서 옆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진정한 종교인”이라고 들려준다.
8강은 수학의 본질에 대해 알려주는 `문명과 수학의 기원`이다. 강사인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예술과 수학”이라며 수학의 기원이 기원전 2만5000~2만3000년전 시작됐다고 말한다. 당시 여러 줄이 그어져 있는 뼈가 발견됐는데, 이 줄이 어떤 셈법을 한 흔적이라는 것이다. 9강은 `과학과 기술의 기원`이다. 강사는 홍성욱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다. 과학을 다루는 역사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홍 교수는 영어에서 과학을 뜻하는 science가 지식을 뜻하는 라틴어 scientia(스키엔티아)에서 왔다면서 “science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라면서 “1833년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이 사이언티스트(scientist)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전한다. 과학과 과학자라는 말이 없던 이전에는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이나 자연철학자로 불렸다고 홍 교수는 말한다.
마지막 10강은 한국과학 기술의 기원이다. 강연자인 박성래 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의 정의를 `자연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정의한다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기원은 1966년 출범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그 시작”이라고 말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