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5%~0.1% 미만일 때 운전대를 잡으면 100일간 면허 정지, 0.1% 이상일 때는 면허 취소가 된다. 또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상태에서의 운전은 음주하지 않을 때보다 사고 확률이 2배, 0.1% 상태에서는 6배, 0.15% 상태에서는 무려 25배로 증가한다.
지난 24일 오후 음주운전 사고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은 위드마크 공식 계산 결과 면허 취소 수준인 0.157% 혈중알코올농도를 기록했다. 차로 들이받은 게 사람이 아닌 가로등이었던 게 다행이었다.
특히 그는 지난 2009년에도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전과가 있던 만큼 대중의 시선은 더욱 싸늘할 수밖에 없다.
강인 외에도 여러 연예인들이 매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 가운데서 대부분은 몇 개월간의 짧은 자숙 기간을 거친 후 별일 없었다는 듯 현업에 복귀한다.
지난 2014년 11월 음주운전이 적발된 방송인 노홍철은 단 10개월 만인 지난해 9월 MBC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켰던 개그맨들은 노홍철보다 더 빨리 복귀했다. 박성호와 황현희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됐지만 5개월 만에 KBS2 ‘개그콘서트’ 무대에 다시 섰고, 음주운전을 한 뒤 경찰에 자수했던 유세윤도 2개월 만에 TV에 모습을 비췄다.
김재중은 동방신기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한 달도 안돼서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배우 최종원을 비롯해 엄기준, 박상민, 정웅인, 김지수 등은 음주운전이 적발됐음에도 아예 자숙기간을 갖지 않고 드라마 촬영 및 방송 활동을 강행해 비난을 받았다.
강인처럼 2번 이상 음주운전을 적발 당한 스타들도 여럿 있다. 가장 상습적인 연예인은 배우 김혜리로 지난 1997년, 2004년, 2014년 총 세 차례나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세 번씩이나 물의를 빚었음에도 그는 7개월 만에 SBS 아침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에 출연하며 활동을 재개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배우 박상민과 이정재, 김지수, 가수 은지원 등도 두 차례씩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특히 박상민은 이를 덮기 위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밝혀져 뇌물공여죄가 더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연예인들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들의 자숙기간은 평균 기껏해야 5~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자숙이 아닌 휴식기로 봐도 이상할 것 없다.
비교적 관대한 음주운전 처벌기준과 죄질을 가볍게 보는 대중의 세태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줄어들지 않을뿐더러 자숙기간이 계속 짧아지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기준이 예전보다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엘살바도르, 불가리아, 터키, 핀란드 등 엄벌에 처하는 국가들에 비하면 약한 편에 속한다. 또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거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눈감아주는 편이다.
음주운전은 자칫 한 사람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범죄 행위다. 지난해 초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크림빵 뺑소니 사건 또한 음주운전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다.
연예인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말로는 반성하겠다면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거나 별 일 아니었던 듯 몇 개월 만에 자숙을 끝내고 돌아오는 스타들을 자주 보게 돼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