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컬럼> 죽어가던 美 소프트웨어 특허를 향한 기대

김성훈 미국 WHDA 특허변호사.
김성훈 미국 WHDA 특허변호사.

2014년 미국 대법원은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라도 일반적인 구현 방식은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앨리스(Alice)` 판결이다. 추상적 아이디어를 컴퓨터 시스템에 연계한 것에 불과한 소프트웨어 발명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소프트웨어 특허에 상당한 타격을 가했다.

그런데 앨리스(Alice) 사건 이후 확산된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비관론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는 판결이 최근 연방항소법원(CAFC)에서 나왔다.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엔피쉬(Enfish)의 소프트웨어 특허가 연방항소법원에서 `특허 적격성(Patent Eligibility)`을 인정받은 것이다. 미국 특허청과 법원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해당 판결 내용을 심사관들에게 배포하거나 변호인에게는 새로운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엔피쉬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캘리포니아주 중부 연방지방법원은 엔피쉬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DB) 특허가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특허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엔피쉬가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면서 앞선 지방법원 판결은 뒤집혔다.

연방항소법원은 엔피쉬의 발명이 기존 DB와 달리 "자기 참조형 모델(self-referential model)"을 바탕으로 해 여러 장점을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테이블 형식을 이용해 정보를 체계화하는 추상적 아이디어 발명에 불과하다는 지방법원 판결과 반대된다. DB에 새로운 모델을 적용한 엔피쉬 발명은 기존 방식에 비해 저장 공간을 적게 사용하고 검색 시간을 단축해 컴퓨터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인정됐다. 이 같은 진보성은 엔피쉬의 발명이 특허 대상에 포함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다. 항소법원은 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엔피쉬 발명이 갖는 장점을 인정했다. 명세서 작성의 중요성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본 판결에서 항소법원은 일반 컴퓨터에서 구현되더라도 기존 기술을 개선하는 소프트웨어라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특정한 물리적 부품 없이도 소프트웨어 특유의 논리 구조 또는 프로세스로 표현되면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리스 사건 이후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관련 특허 무효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피고 측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특허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소송 초기에 각하 신청을 내면서 소송이 조기 종결되는 사례가 많다. 여러모로 소프트웨어 특허권자에게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엔피쉬 사례가 그동안 힘겹게 싸워야 했던 소프트웨어 특허권자에게 희망을 주는 판결임에는 틀림없다. 소프트웨어 발명이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DDR 판결 이후 관련 업계에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기술과 비교해 발명만의 장점을 명세서에 상세히 명시한다면 소프트웨어 특허도 충분히 특허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판결이다.

하지만 엔피쉬 판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상고로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연방항소법원 패널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어 방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특허 대상 여부는 궁극적으로 의회에서 해결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엔피쉬 판결을 기점으로 소프트웨어 특허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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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미국 WHDA 특허변호사 SKim@WH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