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에게 주차 문제는 항상 골칫거리다. 차를 끌고 목적지까지 이동해도 차를 댈 곳이 마땅치 않다. 주차장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 일쑤다. 주차 공간과 정보가 부족하다. 반면에 주차장 입장에서는 노는 공간이 많다. 공영주차장, 민영주차장, 건물에 딸린 부설주차장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공영주차장인 거주자우선주차장은 외부인이 쓰기 힘들지만 낮 시간 내내 비어있는 때가 많다.

김동현 모두컴퍼니 대표가 주차장 공유 서비스 `모두의 주차장`을 개발한 이유다. 주차장 정보를 모아 모바일로 제공하면 운전자 불편함을 개선하는 게 가능하다. 공영주차장을 활용해 부족한 주차공간을 늘린다. 찾기 힘들던 민영주차장 수익도 증대된다. 김 대표는 “운전자는 주차 공간이 부족하지만 노는 주차 공간도 많다”며 “공간 배분과 매칭이 잘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주차장 앱은 위치 기반으로 주변 주차장 정보를 제공한다. 운전자와 주차장을 연결한다. 현재 서울, 경기, 6대 광역시까지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했다. 다운로드 수는 56만건을 돌파했다.

2013년 설립 후 국내 주차장 O2O 시장을 개척해왔다. 시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주차장 공유를 위해 주차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했다. 시 단위가 아닌 구 단위에서 허가해야 한다. 구청마다 방문해 생소한 개념인 `공유경제` `O2O` 등을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했다. 거절 일색이던 구청이 끈질긴 요구에 점차 태도를 바꿨다. 송파구를 시작으로 서울시 25개 구 중 13곳에서 주차장을 공유한다. 김 대표는 “민원과 업무에 치이는 주차 담당 공무원에게 공유 경제를 얘기하니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설득을 위해 거의 매일 구청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주차장 정보를 구축했다. 민영주차장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차장 요금과 운영시간 등 정보를 물어보면 문전박대를 당했다. 주차장 사업이 음성화된 곳이 많아 외부에 노출되는 게 부담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업도 모바일 서비스와 접목이 필요하다는 점도 설득해야 했다. 김 대표는 “업주가 2, 3년 전만 해도 서비스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먼저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때가 많다”며 “대기업 진출 등으로 주차장 시장이 점차 양성화되는 추세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차장 스마트 관제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이다. 이용자는 현금 없이 모바일로 결제와 시간 정산이 가능하다. 주차장 업주는 무인장비나 번호판 인식 장비 없이 모바일 서비스와 연계해 관리 편의성을 높인다.

향후 서비스 활용 가치도 크다. 운전자는 마케팅 가치는 크지만 겨냥하기 어려운 고객이다. 이동성이 높은 데다 운전자만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주차장 이용 데이터를 활용하면 위치, 운행 행태 등 다양한 운전자 특성을 파악하는 게 가능해진다. 지도, 내비게이션 사업에도 주차장 정보 가치가 크다.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카를 위해서도 필수 데이터다. 김 대표는 “운전자는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등 구매력도 높고 장비, 정비, 세차, 보험 등 관련 비즈니스 규모도 크다”며 “주차장 정보를 이용하면 운전자만 골라 마케팅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가 주차 O2O 서비스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며 오히려 시장성이 입증됐다. 김 대표는 “카카오 진출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스타트업이라 잘하는 부분이 있고 카카오라서 못 하는 부분이 있다. 모두컴퍼니가 잘하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