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 집사 `자비스`는 자연스러운 대화는 물론 어떤 상황을 분석하라는 주인 지시를 이행해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같은 모습은 영화나 먼 미래 일이 아니다. 이미 아마존 `에코`는 사용자 질문에 응답하고 음악을 재생하며 음식 배달 주문도 가능하다. 에코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생활 전반에 활용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이른바 디지털비서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0일(현지시각) 디지털비서 시장에 뛰어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의 특성을 분석하며 두 진영으로 나눠졌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MS는 TV와 연결된 셋톱박스 형태로, 아마존과 구글은 독립형 기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90년대 이후 애플과 MS는 컴퓨터를 거실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애플TV에 앱스토어를 론칭했고, MS는 윈도10을 콘솔게임기 X박스원에 탑재했다.
최근에는 애플TV에 음성인식인공지능 `시리(Siri)`가 탑재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애플TV가 명실상부한 스마트홈 허브가 되는 것이다. 애플은 이달 13일 열리는 세계개발자회의(WWDC)2016에서 시리 소프트웨어개발자키트(SDK)를 배포해 서드파티 개발자에게 시리 앱 개발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MS도 애플과 비슷한 청사진을 그렸다. 사티야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X박스원이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음성인식인공지능 `코타나`를 X박스원에 기본 탑재한다는 구상이다.
애플과 MS 행보는 두 회사가 철학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진단했다. MS와 애플은 TV를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자기기로 본다. 가정내 전자제품을 제어하기 위한 허브나 컨트롤타워로 음성인식 인공지능기기를 실을 가장 적합한 기기로 본 것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방향을 달리했다. 아마존 `에코`와 최근 발표된 구글 `구글홈`은 TV와 연결될 필요가 없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독립형 기기다. 고정형인 TV와 달리 파워코드를 뽑아 쉽게 다른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아마존은 하키 퍽 사이즈의 작은 에코도 출시했다. 방마다 하나씩 두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양 진영의 이러한 차이는 회사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십년간 PC역사와 같이 했다. 기본적으로 컴퓨터란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로 구성된다는 개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는 TV가 컴퓨팅 기능을 갖도록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다.
반면 아마존과 구글은 인터넷 기업이다. 컴퓨터보다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디바이스 제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회사의 성공요인은 온라인 서비스가 힘을 갖도록 만든 `정보(intelligence)`였다.

애플과 MS는 여전히 TV가 가정이나 사회 중심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반면 아마존과 구글은 스크린에 상관없이 지능형 서비스(인텔리전스)를 어느곳에서든 제공하려 한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설명했다. 어느 진영이 승리를 가질 지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분야가 태동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느 진영이 제대로 방향을 잡았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는 비즈니스인사이더 분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