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공포 영화 시장은 얼어붙었다. 영화 ‘오피스’는 웰메이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과하고 4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좋은 배우들과 회사괴담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화제몰이에는 성공했으나 정작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성균 주연작 ‘퇴마: 무녀굴’은 12만 명을, 박보영ㆍ엄지원ㆍ박소담 주연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35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해외도 다를 것이 없었다. 공포영화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온’의 마지막 작품인 ‘주온: 더 파이널’은 6만 명이라는 민망한 수로 사라졌으며, 학교괴담인 ‘갤로우즈’도 8만 명을 겨우 넘겼다.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공포 영화지만, 여름만 되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장르 역시 공포영화다. 올해 6월 개봉되는 공포 영화는 공포 시리즈물의 귀환, 독특한 소재, 해외에서 이미 흥행한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얼어붙은 공포 영화 시장에 훈풍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이하 '무서운 이야기3‘) 시리즈는 현재 한국에서 유일하게 이어지고 있는 공포영화 시리즈다.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수필름 관계자는 “관람객들의 성향이 호러물에서 스릴러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 공포물이라면 덮어놓고 안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스릴러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이 본다. 우리 영화는 기존 1, 2편과 마찬가지로 귀신이 나오지 않는다”며 “영화를 통해 드러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감독님은 ‘인간에 대한 공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공포물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옴니버스 형식이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에피소드가 다양한데, ‘여우골’에서는 여우골 전설인 공포 설화를 담았고, ‘로드레이지’에서는 요즘 많이 일어난다는 질주괴담을 토대로 현실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 미래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이야기인 ‘기계령’도 생각하지 못한 공포를 그려냈다. 과거, 현재, 미래 시간을 초월한 작품이다”고 이야기 했다.
앞서 ‘무서운 이야기1’과 ‘무서운 이야기2’는 각각 제45회ㆍ46회 시체스 영화제에 초청됐고, ‘무서운 이야기2’는 제32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2개의 영화제를 사로잡은 바 있다. ‘무서운 이야기3’는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던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제49회 시체스 영화제에서 강력한 호러 영화로 구성된 섹션인 미드나잇 익스트림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더욱 눈길을 모은다. 6월1일 개봉
◇ ‘컨저링2’
‘컨저링’은 지난 2013년 시리즈1으로 관객수 226만 명을 모으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에서 공포영화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당시 한국에서 미국, 멕시코, 영국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로 높은 수익을 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쏘우’ ‘인시디어스’ 시리즈로 공포 장르의 브랜드 네임을 만들어낸 제임스 완 감독이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제임스 완 감독은 공포 영화 외에도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등을 연출한 바 있고, 차기작으로 DC블록버스터 ‘아쿠아 맨’과 리부트될 ‘맥가이버’ 등을 연출할 예정이라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참신함을 기대하게 한다.
게다가 지난 26일 ‘컨저링2’ 개봉을 맞아 제임스완 감독이 처음으로 내한해 한국 관객들의 관심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내한 행사는 전작의 흥행과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이번 작품에 대한 감독과 제작자의 기대가 엿보인다.
‘컨저링’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전편에 이어 실존인물인 미국의 유명한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 중 가장 강력한 실화인 ‘영국 엔필드에서 일어난 폴터가이스트 사건’을 소재로 한다. 6월9일 개봉.
◇ ‘더 보이’
‘더보이’는 당초 5월19일로 잡혔던 개봉 날짜를 6월1일로 미루며, 여름철 공포영화 특수와 6일까지 이어지는 휴일 특수를 노린다.
‘더 보이’는 죽은 아들을 대신한 인형 브람스와 새로운 유모 그레타, 둘만 남겨진 저택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과 인형이 보내는 신호, 과거에 얽힌 사건이 얽히며 진행되는 작품이다. ‘더 보이’ 측은 잔인한 장면보다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로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 영화를 선보인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앞서 해외 각지에서 개봉한 ‘더 보이’는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제작비의 6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기에 한국에서의 흥행도 점쳐지고 있다.
‘배트맨과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비롯해 미국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로 사랑 받은 로렌 코핸과 함께 한국영화 ‘아가씨’의 원작인 드라마 ‘핑거스미스’의 루퍼트 에반스 등이 출연한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