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자동차 산업이 위기다. 당초 정부와 산업계가 계획한 전기차 보급 목표량 10%도 채우지 못했다. 남은 하반기 동안 목표를 채울 전략도 마땅치 않다. 정부는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전기차 8000대를 민간에 보급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서울, 제주 등 전국에 팔린 전기차는 고작 500대도 안 된다. 전기차가 보급된 이래 최악의 위기다.
정부와 업계는 내년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전기차 사전 구매 고객을 이유로 들기도 하고 글로벌 전기차 제작사가 신차를 한국에 출시하지 않거나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 충전인프라 부족 탓에 소비자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보급 스토리를 보면 핑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 비전을 선포한 후 로드맵까지 마련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차량 가격의 절반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고, 수백만원 하는 충전기도 무상으로 설치해 준다. 최근까지 공공 충전인프라 충전요금까지 무료로 지원해 줬다. 세계 전기차 보급률 1위 국가인 노르웨이의 정부 관계자가 놀랄 정도로 후한 처사다.
하지만 물질 혜택에만 치중할 뿐 자생 시장 조성을 위한 동기부여형 정책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가 지자체 전기차 보급 담당자를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충전인프라 충전요금 인하, 산발적으로 배정한 전국 지자체 보조금 일치화, 아파트 주민 동의 절차 간소화 등 논의가 전부다. 지금까지 정책과 달라진 게 없이 매번 같은 틀에서 `고쳤다` `틀었다`를 반복하는 게 전부다. 정부 차원의 위기의식이 없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환경부는 타 부처에 전기차 보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고 설득해 전용 주차장·도로나 탄소세 같은 강력한 정책를 내놓아야 한다. 산업계와 소비자 공감을 끌어낼 과감한 변화가 요구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