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음악영화, OST+스토리로 채운 감성 무비

거대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을 때, 히어로 수트 대신 음악을 입은 영화들이 조용하지만 깊숙이 관객들을 찾아오고 있다.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A Hard Day's Night)’ ‘싱 스트리트(Sing Street)’ ‘본 투 비 블루(Born to be Blue)’ 등 음악영화 세 편이 보름 간격으로 개봉하며 관객들의 감성을 채우고 있는 것.

음악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하기에 힘이 크다. 음악영화의 흥행은 OST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관람한 관객들이 영화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든다. 영화를 통해 처음 소개된 곡은 새로운 노래를 발견했다는 만족감을 주고, 기존 곡들은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각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이야기는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각 작품마다 레전드 가수의 히트곡,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그려진 만큼 멜로, 청춘 성장물의 성격이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하면서 음악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낸다.

출처 : '싱 스트리트' 포스터
출처 : '싱 스트리트' 포스터

◇ ‘싱 스트리트’

음악영화라는 장르를 가장 대표하는 감독은 ‘원스’ ‘비긴 어게인’의 존 카니 감독일 것이다. '싱 스트리트'는 존 카니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보다 더 빠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개봉 첫날 1만 2398명을 모으며 한국박스오피스 8위에 안착했던 ‘비긴 어게인’은 이후 입소문을 타고 326만 명을 모았다. ‘싱 스트리트’는 개봉 첫 날 2만 3142명을 모으며 3위로 출발했고, 개봉 3주 차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싱 스트리트’는 첫 눈에 반한 그녀를 위해 인생에서 처음으로 노래를 만든 소년의 설렘을 담은 작품으로, 순수한 첫사랑을 상큼하고 재기발랄하게 그려냈다. 이들은 겨우 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하는 밴드일 뿐이지만 퀄리티 높은 음악을 자랑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끝까지 가고자 하는 성장 스토리는 힐링 무비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싱 스트리트’의 홍보사 더홀릭컴퍼니는 “영화를 보고 난후 관객들이 ‘첫사랑 빠져 음악을 만드는 소년의 이야기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음악이 흥겹고 즐겁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스토리와 음악을 모두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특히 밴드를 만들고 음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존 카니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가 담겨 진정성을 더한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즐거움을 주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싱 스트리트’는 예스24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남성 66%, 20대 48%를 차지하고 있지만, 맥스무비 예매 사이트에서는 성별이나 연령대에서 모두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다. 더홀릭컴퍼니는 “연령대별로 20대가 가장 많다고 나오지만, 30~40대도 적은 수치가 아니다. 20대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고 나우(Go Now)'라는 노래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돼'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얻게 한다. 10대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10대들의 공감도 살 수 있다. 1980년대 팝송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면에서는 3040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30~40대에게는 첫 사랑을 하던 시기의 향수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OST도 관심을 받고 있다. M.net, 네이버 뮤직, 멜론 등 차트에서 메인곡인 ‘드라이브 잇 라이크 유 스톨 잇(Drive It Like You Stole It)’ 뿐만 아니라, 밴드 ‘싱 스트리트’가 자작곡으로 공연을 펼친 6곡을 비롯해 엔딩 크레딧을 장식하는 마룬5 보컬 애덤 리바인의 ‘Go Now’까지 골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 10대 밴드의 에너지로 가득찬 OST는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

더홀릭컴퍼니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OST를 구매하거나 계속 들으면서 영화의 여운을 느끼는 것 같다. OST를 듣다가 다시 재관람을 결심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영화와 음악이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일으킨다. 스토리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음악은 영화의 감상을 극대화해줄 수 있다. 사랑과 음악은 세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소비되는 중요한 부분이고, ‘싱 스트리트’는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싱 스트리트’가 역주행에 성공한 ‘비긴 어게인’처럼 꾸준히 관객을 모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다만 ‘비긴 어게인’은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 영화였고, ‘싱 스트리트’에는 페리다 윌시 필로, 마크 맥키나 등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한 인지도가 거의 없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배우의 인지도보다 감독의 전작에 대한 믿음과 강력한 입소문으로 재관람까지 이어지고 있어 장기적인 흥행도 예상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포스터
출처 :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포스터

◇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과거 앨범을 들춰보는 것, 특히 현존하지 않는 우상을 되살펴보는 것은 추억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그룹 비틀즈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션이 되기 이전, 재기발랄한 청춘 비틀즈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비틀즈 멤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가 직접 ‘비틀즈’를 연기했다.

이 영화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봉했다. 1964년 미국에서 첫 상영된 후, 아카데미 각본상 및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됐으나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상영된 것이다. 이번 국내 개봉 버전은 제작 50주년을 기념, 디지털 해상도 복원을 마친 리마스터링 버전이다.

50년 전 작품에 흑백영화지만 촌스럽거나 지루하지 않다. 천방지축인 비틀즈와 이에 못지않게 사고를 치는 멤버의 할아버지는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뿜어내며 예상치 못한 전개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가수가 직접 출연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과 함께 청춘을 보낸 관객들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들의 노래만 알던 관객들은 그들의 실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상영관이 많지 않지만 이 영화는 스크린 문학전, 큐레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이 만났다. 그만큼 관객들도 영화를 제공하는 쪽에서도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싶어 하는 영화다. 또한 찬란, 51k와 함께 배우 소지섭이 공동제공으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평소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음악영화까지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본 투 비 블루' 포스터
출처 : '본 투 비 블루' 포스터

◇ '본 투 비 블루'

‘본 투 비 블루’는 1960년대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일생을 다룬 작품으로, 흑인이었던 연인 제인과의 러브스토리와 함께 약물과 열망으로 가득 찬 예술가의 초상을 담았다. 지난 4월 열린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과 최근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공개돼 호평을 받고 있다.

배우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로 분해 진폭에 컸던 그의 삶과 함께 트럼펫 연주 신을 소화했다. 그는 트럼펫을 촬영 6개월 전부터 레슨을 통해 배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작품은 재즈곡이 영화의 전체를 가득 채워 귀를 즐겁게 한다. 재즈곡이 보편적이진 않지만 이번 작품에는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만한 곡들로 구성돼 있다. 작곡가 데이빗은 “재즈를 틈새 음악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화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음악도 보편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며 “음악만 들어도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본 투 비 블루’는 멜로가 짙은 영화다.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낭만주의와 서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도 사랑을 중심으로 흘러가야 했다”라며 러브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고 이야기 했다. 마약 등으로 황폐해져가는 쳇 베이커를 구원해준 존재인 그의 연인과 끝내 놓을 수 없었던 음악에 대한 애정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로맨스와 재즈 이야기 이외에도 이 작품은 쳇 베이커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된 사건과 함께 50년대에서 60년대로 변해가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모두 담아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