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SBA) 일자리본부장
그를 만난 것은 3년 전이다. 소기업 제품 판매를 고민하던 내게 ‘미리내’ 주는 운동을 한다는 분이어서 같이 현장을 가고 싶었고 정말 미리내가 통하는지 확인해 보고도 싶었다. 그때가 약 100개의 미리내 가게가 전국적으로 만들어 질 때니 이 운동의 초기였다. 나로서는 그가 하는 ‘운동’에 슬쩍 올라 타볼까 하는 사심도 있었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성공실패 이야기를 듣는 코너에 그를 초대해 그만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도 만들었다. 그가 하는 활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의구심 중 하나는 어떻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가게들의 구심점 노릇을 하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꾸려 나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의 대답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냥 ‘희망하는 가게 사장님들을 주말이면 가서 직접 만나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가 무서워졌다.
일자리 문제는 요즘 어느 자리에서나 가장 우선시되는 화두다. 하지만 정작 작게라도 해결되는 사례는 속 시원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몇 주 전 그를 다시 만났다. 내가 일자리문제를 24시간 고민하는 자리에 왔다니 그냥 찾아 왔단다. 그는 그런 식이다. 그는 본업이 현직 교수인데 과거 보험사 영업직원들의 방식처럼 제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소위 ‘빌딩타기’를 한단다.
사전 약속도 없이 구인할 가능성이 많은 기업들이 모여 있는 빌딩을 뒤지며 제자들의 일자리, 아니 실습자리라도 찾으러 사장이나 인사담당자를 만나러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업에 문전박대 당하지 않도록 연결 좀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하긴 우리가 잘 아는 ‘스타벅스’와 ‘맥도날드’의 창업자도 전직 영업사원으로, 현장에서 수많은 문전박대를 당해가며 쌓아온 신뢰와 노하우로 세계적 기업을 일궈냈다고 들은 적은 있다.
교수님들이 자기가 가장 믿고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설득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감동과 신뢰를 주고 결국 그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일자리 문제를 다시 한 번 신뢰와 감동 관점에서 진지한 고민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그에게서 작지만 의미있는 불빛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