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초점] 아이오아이, ‘이중 활동’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진=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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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연에 이어 김세정과 강미나까지. 걸그룹 아이오아이(I.O.I)가 첫 번째 공식 활동을 끝내자마자 11명의 멤버 중 벌써 3명이 소속사로 돌아가 새롭게 활동을 시작한다.

멤버들의 소속사와 아이오아이를 위탁 관리하는 YMC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이미 협의가 된 사항이라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Mnet ‘프로듀스 101’ 방영 당시 자신이 원하는 멤버를 데뷔시키기 위해 투표를 하고 결과에 전전긍긍했던 팬들의 마음은 허탈하다.

‘프로듀스 101’을 통해 최종 11인에 뽑힌 연습생들은 아이오아이 멤버로 데뷔해 공식 활동을 펼친 후 1년이 지나면 각 소속사로 돌아가게 된다.

최종 11인에 들지 못해 아쉽게 탈락한 연습생들도 ‘프로듀스 101’에서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 형성은 물론 충분한 스타성을 입증했다. 이로 인해 진정한 승자는 최종 단계에서 탈락한 연습생들과 이들의 소속사라는 농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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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최종 승자는 역시 경쟁에서 살아남은 아이오아이 멤버들의 소속사가 될 전망이다. 비록 1년 간 아이오아이라는 공동체 그룹에 멤버들을 맡겨놓더라도 활동 기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멤버들 소속사가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채연의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이하 MBK)는 아이오아이의 공식 활동이 종료되기 전부터 자사 걸그룹 다이아에 정채연을 합류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터였다.

김세정과 강미나의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이하 젤리피쉬) 또한 두 사람을 6월말 데뷔하는 자사 걸그룹 멤버로 포함시켰다.

데뷔 직후 타이트한 스케줄을 쉴 틈 없이 소화하고 재충전을 해야 할 타이밍에 세 명의 멤버는 전혀 다른 환경의 걸그룹에서 또 한 차례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멤버들은 힘겹겠지만 소속사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아이오아이로 활동한 멤버의 후광은 아직 지명도가 부족한 자사 신인 걸그룹의 이름을 알리고 이슈를 일으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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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다른 소속사들이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MBK와 젤리피쉬를 제외한 나머지 소속사들은 회사의 이익보다 멤버들의 휴식과 아이오아이 활동을 먼저 생각했다.

임나영과 주결경 소속사 플레디스는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연습생들이 모인 플레디스 걸즈가 특별 공연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데뷔 계획이 없다”며 “임나영과 주결경 또한 별다른 활동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최유정과 김도연이 속한 판타지오뮤직 역시 “두 멤버가 스케줄 때문에 많이 피곤해했다. 아이오아이 활동이 없을 때는 쉬게 할 계획”이라며 “최유정과 김도연의 데뷔 플랜은 아이오아이 공식 활동이 전부 끝난 다음 생각해볼 것”이라고 아이오아이 활동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다른 소속사들 또한 플레디스, 판타지오뮤직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단 아이오아이로서 활동하는 기간에는 아이오아이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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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MBK와 젤리피쉬의 결정을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공백기 동안의 소속사 활동은 이미 합의됐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창 주가 높은 멤버를 1년 동안 손 놓고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아이오아이는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걸그룹이며, 데뷔가 간절했던 101명의 연습생들을 대표한 팀이기도 하다. 이 팀 저 팀 전전하게 될 멤버들의 모습은 그리 개운치 않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