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이후 로봇기술은 감정에 반응하는 분야로 관심이 쏠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랩에서는 감성로봇 플랫폼 서비스를 연구했습니다. 아직 초기지만 여러 크리에이터와 의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옛 한국관광공사 건물인 문화창조벤처단지 7층에서는 노소영 감독이 그동안 크리에이터(학생)와 진행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노 감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이사,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다. 이 날은 지난 3월 개원한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크리에이터와 함께 진행한 과제를 감독으로서 설명하는 자리였다. 진지한 전망과 유머가 섞여 문화창조아카데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피칭이란 평가다.
문화창조아카데미가 지난 3월 개원 이후 감독과 크리에이터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성과를 세상에 공개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진행한 `피칭톡톡`이 바로 그 자리다.
첫 날에는 윤정섭, 노소영, 김선희, 박호준, 홍상화씨 등 감독 주도형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해당분야 전문가인 감독이 주제를 정하면 그에 맞춰 크리에이터가 협업해 진행한 연구성과다.
왕궁관람에 스토리와 디지털 콘텐츠를 입힌 경복궁 야간기행, 감성로봇 서비스 플랫폼, 홀로그램 콘텐츠, 웨어러블 장갑, LED 패션 등이 소개됐다. 때로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듯 때로는 스튜디오에서 구상해낸 것이다. 2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만들어낸 연구물이다.
둘째와 셋째날에는 40여명 크리에이터가 직접 진행한 27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프로젝트 피칭이 끝나면 외부 전문가가 이를 평가한다. 프로젝트를 다음 학기에 이어 더 발전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프로젝트로 전환할지를 고민한다.
벌써부터 상용화를 앞둔 프로젝트도 있다. `반려 로봇`과 `스마트 글라스` `LED 패션가방` `MCN 서비스` `한복스테이` 등이다.
김준섭 문화창조아카데미 ET랩 혁신서비스센터장은 “반려로봇은 기존 고액 로봇과 달리 동물의 행동을 따라하는 로봇을 지향해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구글 글라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스마트 글라스도 눈여겨볼 대상이라고 말했다. LED 패션가방은 유명 가방 브랜드와 출시를 앞뒀고, 한복스테이 역시 관광복합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짧은 기간에도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여러 아이디어와 성과를 낸 것은 기존 대학이나 연구기관과는 다른 독특한 선발방식과 학제 덕택이다.
김 센터장은 “아카데미는 단순 지식 전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인재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융합형 인재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터 과정을 밟는 학생은 고교를 갓 졸업하고 스타트업 대표를 꿈꾸는 19세 구중완씨부터 광고회사 대표를 지낸 52세 최고령 크리에이터 김현수씨 등 다양하다.
반려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조관우 크리에이터는 “여러 방면 융합형 인재가 모여 다양한 창작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며 “협업속에 만들어진 네트워크 역시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창조아카데미는 2년 과정으로 새 학기에도 새 도전에 나선다.

김 센터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도해 마련된 문화창조아카데미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주요 거점”이라며 “새 학기에도 기존 교육기관과 다른 창의과정과 융복합 프로젝트를 수행해 융합 인재를 기르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공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