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방송산업 갈등 `수신료`가 핵심

[이슈분석]방송산업 갈등 `수신료`가 핵심

방송 분야는 지상파 실시간 재송신료(CPS), 주문형 비디오(VoD), 홈쇼핑 송출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등 끊임없이 갈등이 일어나는 산업이다. 다양한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것은 `수신료` 문제로 귀결된다. 크게 보면 지상파TV-유료방송사업자-홈쇼핑사업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순으로 `수신료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다.

◇영향력 강한 지상파TV

시청률은 점점 줄고 있지만 지상파TV는 여전히 방송 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상파TV와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실시간 CPS 분쟁을 대표로 들 수 있다. CPS는 방송사의 실시간 방송을 가입자에게 재전송하면서 부담하는 금액이다. 유료방송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사에 가입자당 정해진 금액을 계산해 지급한다.

지상파TV 측은 지난해부터 유료방송사업자에게 2016년 실시간 CPS 400원을 요구하고 상대측은 너무 높다며 반발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TV 시청률과 광고 매출이 하락하고 있어 실시간 CPS를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에 실시간 CPS 280원을 지불해 왔다.

재송신 분쟁은 사업자 간 이해 다툼과 정부 조정의 한계로 2009년부터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상파TV와 케이블TV 간 다툼의 최대 수혜자는 로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양측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상파TV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 소송은 19건이다.

올해 초 법원이 실시간 CPS를 280원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판결, 유료방송사업자가 힘을 얻는 듯했다. 올해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개별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사업자(SO)의 지상파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액을 가입자당 190원, 청주지방법원은 CPS를 170원으로 각각 산정했다.

하지만 많은 유료방송사업자가 판결과 상관없이 지상파가 요구하는 금액으로 합의한다. 5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딜라이브와 현대HCN에 이어 IPTV까지 줄줄이 지상파와 실시간 CPS 400원대에 합의했다. 유료방송 진영이 깨지면서 이 진영의 협상력도 축소되고 있다. 올해 초 딜라이브(구 씨앤앰)가 유료방송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지상파TV와 계약했다. 딜라이브는 기존의 MSO가 지불한 실시간 CPS 280원보다 높은 금액인 400원에 계약하고, 현대HCN도 딜라이브와 비슷한 가격으로 지상파TV와 합의했다.

IPTV 3사는 최근 지상파TV와 실시간 CPS를 2016년 360원, 2017년 380원, 2018년 400원으로 합의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지난 2월 지상파TV에 맞서 연대하기 위해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유료방송사업자 공동연대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사업자 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법원 판결을 3심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도 너무 많이 소모돼 지상파TV와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지상파TV가 실시간 CPS를 계속 올리는 배경은 지상파 매출이 줄기 때문이다. 즉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실시간 CPS를 인상하는 것이다. KBS의 매출은 2014년 1조4989억원에서 2015년 1조4963억원으로 감소했다. MBC(서울 본사)는 2014년 8155억원에서 지난해 8024억원으로 매출이 줄었다.

올해 1~2월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 매출(TV, 라디오 합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4% 감소, 월 매출액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갔다. 방송협회는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고 밝혔다.

◇유료방송사업자 vs TV홈쇼핑사업자, PP

유료방송사업자는 TV홈쇼핑사업자에게는 송출수수료를 받는다.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유료방송사업자 전체 매출에서 30~40%를 차지한다. 홈쇼핑 송출 수수료는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에 방송 송출 대가로 TV홈쇼핑사업자가 내는 비용이다. 보통 지상파TV와 PP는 유료방송 사업자로부터 콘텐츠 지급 대가를 받지만 홈쇼핑은 반대다. 홈쇼핑 수수료는 채널 번호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지상파TV 채널대 번호가 송출 수수료가 높다.

TV홈쇼핑 송출수수료는 매년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2014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TV홈쇼핑사업자는 송출수수료 인하, 유료방송사업자는 인상 내지 동결을 각각 주장한다.【사진1】

유료방송사업자는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한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시청자로부터 받는 수신료 수익의 일부를 프로그램 공급자인 PP에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도 만만치 않다. 최근 IPTV와 PP가 프로그램 협상을 시작한지 6개월 만에 협상을 완료했다. IPTV 3사와 PP는 올해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난해보다 8%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케이블TV·위성방송과 PP 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케이블TV와 PP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협상을 최근 마무리했다. 양측은 올해 프로그램 사용료를 동결하기로 했다. 케이블TV는 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어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1분기 보고서와 방송통신위원회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케이블TV 가입자는 지난 2월 말 현재 모두 1442만명으로 2014년 말 1468만명보다 1.8% 줄었다.【사진2】

PP 측은 케이블TV 매출이 줄었지만 아직도 영업이익률이 좋기 때문에 사용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SO의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줄지만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SO의 영업이익률은 13.3%다. PP 관계자는 “협상이 너무 길어지고 양측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프로그램 사용료를 어쩔 수 없이 동결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위성방송 측은 초고선명(UHD) 방송 등으로 지출이 크기 때문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크게 인상할 수 없다고 주장, PP와 갈등을 겪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2014년 426만명에서 올해 3월 431만명으로 1.2% 소폭 증가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