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화두는 역시 가상현실(VR)이다. VR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 받는다. VR를 가장 먼저 소재로 활용한 분야 중 하나가 영화다.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매트릭스(1999년 개봉)`는 모두가 기억하는 와이어 액션과 특수 효과로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 콘셉트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진짜가 아닌 가상 세계 라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2199년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기계와 1999년의 가상현실(매트릭스)에서 살아가는 인류, 가상현실 꿈에서 깨어나 기계에 저항하는 인류가 있는 현실세계가 등장한다. 현실세계의 사람들은 인류를 구원할 영웅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찾아다닌다.
매트릭스는 VR와 현실 세계가 동시에 등장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VR는 ICT로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만들어 마치 실제인 것처럼 인식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매트릭스에 나오는 VR는 지구를 모방한 하나의 거대한 사이버 공간이다.
VR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매트릭스처럼 거대한 사이버 공간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임, 스포츠, 국방, 의료, 교육, 건축 등 폭넓은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교육이나 고급 프로그래밍, 원격조작, 원격 위성 표면 탐사, 탐사 자료 분석, 과학적 시각화 등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가령 우주 행성 표면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선을 쏘아올린다면 현실에서는 연습을 할 수가 없다. 비행기나 탱크 조종법을 익히는 것 역시 실제 비행기나 탱크로 하기엔 위험에 뒤따른다. 그래서 행성 탐사나 탱크 조종과 같은 경우 가상 시뮬레이터로 훈련을 한다.
여기에 청각과 촉각 효과 등을 가미하면 실제로 훈련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둔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VR를 통해 무술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에서는 교육용으로 VR가 활용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3차원 가상공간에서 학생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가상체험 학습 서비스와 동화 구연 서비스를 개발한 바 있다.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동화 속 배경을 직접 만져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VR 기술과 서비스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없지 않다.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지면 VR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현실에서 충동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육체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에 따라 갈수록 VR만 찾는 경향이 생기게 된다. VR는 가상 세계일 뿐 현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우려에도 VR 생태계는 점점 커지고 있다. 매트릭스에 나오는 것과 같은 가상 지구에서 친구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전망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