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글이 최근 화제였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모델X`와 `모델S`뿐만 아니라 내년에 출시하는 보급형 전기자동차 `모델3`에도 파나소닉 배터리만 쓰겠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한국 배터리 사용을 검토한다는 일본 언론의 엄살성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산 배터리 공급 소문을 단칼에 잠재운 것이다. 테슬라를 위해 수조원을 써 가면서 미국에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는 파나소닉의 불안함을 덜어 주고 파나소닉과 관계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럼 테슬라 전기차에 한국 배터리는 영원히 배제된 걸까. 파나소닉이 처한 지금 상황을 보면 결코 앞길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독점 공급 덕에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3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중대형 배터리를 쓰는 것보다 저렴하고, 성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원통형 소형전지를 도입한 테슬라의 역발상이 지금까진 시장에 통했다. 하지만 이것까지다.
파나소닉은 우리 업체보다 한발 앞서 폭스바겐, 포드, 아우디 등 굵직한 배터리 공급처를 따냈지만 테슬라 물량이 급증하면서 테슬라에만 배터리를 대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당연히 한국 업체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파나소닉 고객까지 잇따라 침투했다.
전기차 고객만 따지면 LG화학 등 한국 기업이 더 많아졌다. 앞으로 나오는 글로벌 전기차 모델에는 한국산 배터리를 더 많이 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나소닉은 원통형 소형전지 시장 점유율 1위였지만 글로벌 업체 다이슨과 일렉트로룩스 등 구동 가전업체뿐만 아니라 전동공구, 골프카트 등 대부분 고객사를 한국에 내주면서 한국이 원통형 전지 선두를 탈환하기도 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집중하는 사이에 잃은 게 많다. 어느 한 업체의 독주나 독점은 시장에서 내버려 두지 않는다. 혁신은 멈추지 않되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경쟁하는 구조로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테슬라도 파나소닉도 한국 업체도 마찬가지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