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7>경제 위기 앞에서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가? (1)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7>경제 위기 앞에서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가? (1)

여기저기서 한국경제 위기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통상 미래는 난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법인데 경제에 관한 한 이제는 비관 쪽이 훨씬 우세하다. 우리 경제에 또다시 위기가 온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지만 여러 숫자를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2%대 중반의 성장 목표에도 여기저기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종합하면 가계는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안 하며, 수출은 증가하지 않은 채 정부 재정만 요란하게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통계 숫자를 보고도 곧 좋아지겠지 하거나 아직은 괜찮아 하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어느 때든 조직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경영자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정신으로 항상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어떤 이는 경제는 어차피 좋아졌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데 굳이 그렇게 우울증 걸린 듯이 비관만 하고 있어서 좋을 게 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물론 비관이나 걱정만 하고 있으면 좋을 게 없다. 따스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지라는 말처럼 경제 현실에 차가운 머리로 냉철한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따스한 가슴으로 열정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경제가 나쁘다는 얘기는 듣기 싫어하면서 실제로는 아무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의 근원은 경제다. 경제가 나빠지면 국민 생활의 질이 떨어지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거기다 각종 정신질환형 범죄, 생계형 범죄, 자살, 노인 빈곤, 청년 실업, 정치 불안이 잇따르면서 사회 안정을 흔들어 댄다. 이러한 문제에 각종 사회적·법률적 대책이 난무하지만 근원적 해결은 경제 성장을 통한 복지 증진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엘리트 관료에 의해 경제 성장이 주도됐지만 이제는 기업 경영자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지금 이미 시작된 경제 위기는 한두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 전 계층의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는 3차 산업혁명을 지나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혁명에서 센서를 이용한 실물과 가상세계의 결합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그동안 1, 2, 3차 산업혁명 덕에 공급은 풍족해진 반면에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노령화 덕에 수요가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 공급과 수요의 심각한 불균형이 전 세계의 경제 위기 중심에 있다.

모든 인간의 행동은 불안정에서 안정으로 움직인다. 심각한 불균형과 불안정은 항상 새로운 균형적, 안정적 경제 체제를 요구한다. 이렇게 경제는 순환하면서 발전하고 진보한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 각국 경제의 판이 바뀌고 있다. 판들이 부딪치면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온다. 지금 3차 산업혁명의 판과 4차 산업혁명의 판이 서로 부딪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제체제의 대전환기에 한국 기업이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 경제가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체적 혁신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라는 외부의 힘이 내부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게임 룰이 바뀌는 수준을 넘어 게임의 종류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 변화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단기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면 백약이 무효다. 만약 우리가 이 경제의 판이 바뀌는 것을 따라잡지 못하면 마치 구한말 주위 열강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듯 또다시 우리 경제에서 주체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구조조정 시간을 놓치면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시 당하게 된다. 자체 혁신을 못하면 결국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 세계 경제가 새로운 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의 연장선상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바뀌고 있다. 4차 산업 문턱을 앞서서 넘어 가고 있는 나라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 구조로 가려면 SW산업이 뒷받침해 줘야 하는 데 우리는 아직도 중후 장대한 HW산업의 끝자락에 서 있다. 지금 구조조정을 당하려고 하는 산업이 제조업에, 막대한 설비투자에, 노동 집약에, 은행 대출에, 정부 지원에 목매고 있는 것들이다. 이제 판이 바뀌고 있는데도 예전의 향수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식이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앞장서지 않는 이유도 새로운 판에 대한 이해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의식, 제도, 규제, 정책, 금융, 교육이 아직 3차 산업혁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경제의 판이 바뀌고 있는 이 시점에 경영자들은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가. 앞으로 3차에 걸쳐서 경제 위기 아래에서의 경영에 대해 다뤄 보고자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