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합전산센터가 외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상당수를 국산 소프트웨어(SW)로 바꾸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행정자치부, 교통안전공단 등도 국산 DBMS 적용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DBMS는 정보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솔루션 가운데 하나다. 그간 높은 기술장벽으로 오라클이라는 외산 브랜드가 공공시장에서 독주해왔다.
통합전산센터는 정부 전산시스템을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이곳에서 외산을 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담고 있다.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외산 독주체제의 종언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 정보화 시장에서 오라클의 횡포가 회자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비싼 구축비용도 비용이지만 유지보수요율이 22%에 달해 매년 뭉칫돈이 지불됐다. 국산 SW 유지보수요율이 7~8%선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폭리에 가까웠다. 하지만 `싫으면 말고`라는 식의 독점사업자 횡포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불합리한 계약이 지속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컸다. 우선 국산 DBMS의 기술력이 외산에 미치지 못한 것이 첫 번째다. 후발주자이다 보니 성능 신뢰도를 입증하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됐다.
두 번째는 공무원들의 지나친 보신주의가 문제였다. 시스템 오류로 문책을 받게 될 때 글로벌 제품을 사용했다면 어느 정도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는 정서가 강했다. 행여 국산을 사용하다 잘 못되면 제품 선정 문제를 짚고 넘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다보니 외산 제품은 더 많은 구축실적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성능이 향상되는 반면에 국산은 품질 개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악순환이었다.
통합전산센터 조치는 이런 점에서 악순환을 끊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편으로 국산 DBMS의 성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대한민국은 UN 평가 1위에 오를 정도로 공공정보화에 앞서 있다. 하지만 외산 SW로 이뤄진 `외화내빈`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SW 국산화는 이런 면에서 진정한 정보화 강국으로 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의 과감한 국산화 정책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