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서울산업진흥원(SBA) SETEC팀장
중소기업 해외시장개척을 지원하면서 여러 수출기업과 해외바이어, 관련 분야 전문가, 유관기관 등을 만나다보면 몇 가지 소소한 원칙이 생긴다. 그 중 최우선은 ‘별을 봐야 별을 딴다’이다. 미지의 시장, 바이어 등을 만날 준비를 할 때 바이어 상담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바이어가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나, 지원기관 입장에서는 준비하고 예산 투입한 만큼의 성과가 안 나면 어떻게 하나 등 고민이 앞설 때가 많다. 물론 현장미팅 전 최대한 많은 정보가 오가고, 가장 적합한 거래상대가 매칭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사업의 정석이지만 해외시장개척의 결실은 음료자판기처럼 누르자마자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 만났던 바이어를 다시 만나 비즈니스를 진행하기도 하고, 몇 달 만에 초도거래에 대한 연락이 오기도 한다.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거나 실패를 먼저 걱정해서 별 자체를 보지 않으면 별을 딸 생각은 아예 할 수가 없다. 씨를 뿌리는 농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일단 뿌려야 한다.
전시회, 무역사절단 등 국내외 바이어 매칭상담과 같은 해외시장개척의 오래된 수단 외에 최근 수년간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온라인 시장 분야다. 우선 B2B 거래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온라인 무역이 B2C 마켓플레이스와의 경계가 무너지며 통합됐다. 이제는 무역업자가 아니더라도 개인도 해외사업자에게 물건을 주문하고 배송 받는다. 물론 이러한 해외직구의 반대방향 개념으로 일컬어지는 역직구 시장도 성장세다. 온라인 시장 규모의 증가세도 대단하다. 우리나라 온라인쇼핑몰(모바일 포함) 상거래 규모는 2014년 45조를 기록했고, 15년에는 55조로 성장했다. 알리바바는 한국에서 제휴사를 통해 물류인프라를 구축했고, 알리바바(타오바오, 티몰), 징동, 라자다 등 전 세계 주요 마켓플레이스들이 국내에서 설명회를 하고 입점 상담을 하고 있다. 중국 B2C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4년 우리의 약 11.3배였다. 2014년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티몰이 59.3%, 2위 업체인 징동의 제이디닷컴이 20.2% 비중을 차지했다. 2위 징동의 거래액이 약 46조9천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거래액보다 많은 수준이니 외국 마켓플레이스들의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티몰 입점 시 쉽게 시장개척이 가능한 것처럼 과대포장되기도 하고 대형 마켓플레이스들의 한국 방문 시에는 기업, 공공분야, 언론할 것 없이 서로 만나려고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중소기업 수출을 돕는 입장에서는 솔루션을 가릴 이유는 없다. 돈 되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사주는 바이어라면 누구라도 만나는 게 기본 입장이지만 한편 씁쓸하기도 하다. 요즘 뜨고 있고, 알아준다는 마켓 채널에서 눈에 띄는 한국기업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순수 국내업체 비중은 줄어들었고, 월드와이드 시장에서는 정말 미미한 수준이 아닌가 한다. 마치 과거 휴대전화에서 퀄컴칩이 빠졌거나 PC에서 인텔칩이 빠진 것과 같이, 아주 중요한 코어가 빠진 비즈니스처럼, 상품 수출은 위한 노력을 하는 와중에 그 상품이 유통되는 중요 채널을 키우려는 노력은 뒤쳐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역직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온라인몰이 수출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각광 받으면서 일부 수출 또는 물류인프라 관련 기관에서도 온라인몰을 구축하여 한류상품 등의 해외직판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화두가 되다보니 “채널구축” 자체를 하나의 큰 실적으로 놓고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기존에 구축된 채널들은 활성화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조짐도 있다.
전시회, 사절단을 통한 수출지원 분야에서도 통합한국관 운영이나 한국관 표준디자인 도입 등으로 KOREA 브랜드 파워 강화를 위한 움직임과 협력이 활발히 논의,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마켓에서도 기관 간 중복투자와 경쟁보다는 국가적 관점에서의 주요 플레이어 및 민간 스타기업의 육성이 필요할 것 같다. 문화콘텐츠, 미용 등 이른바 인기 한류 상품군 외에도 여러 분야의 한국 상품이 더욱더 잘 알려져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고, 유수 글로벌 몰과 경쟁하는 우리 자체 마켓 채널들의 등장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