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에 시도해 잠정 중단된 전력시장 개방이 다시 시도될까?` `제한적으로 풀린 민간기업의 가스 직도입이 전방위로 확대될까?`
14일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안은 민간의 시장 참여라는 방향은 정했지만 그만큼 많은 숙제를 남겼다. 에너지 분야의 민간 참여는 그동안 업계와 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시장 개편의 전제 조건이었으며, 관심은 개방 수준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 전력 시장과 가스 시장 모두 제한된 수준에서 시장 개방이 진행되고 있다. 전력은 에너신 신산업을 필두로 한 전력프로슈머 모델 관련 소규모 수용가, 가스는 일부 발전사를 각각 대상으로 하여 자가 소비용에 한해 직도입을 허용하고 있다.
전력 시장 개방의 핵심은 판매 부문의 민간 참여다.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으로 발전 시장에 경쟁체제 도입과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성사됐지만 판매 시장은 여전히 한국전력공사의 독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개편을 통해 발전과 판매의 겸업 허용과 함께 통신사업자 등 대기업의 전력 판매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이 전력 시장 전면 자유화를 시도하면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시장의 전면 개방은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은 물론 현재 한전과 발전사의 정산구조, 요금체계 등 손봐야 할 곳이 많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대부분 제조업 시설과 같은 대규모 수용가 시장을 먼저 개방한 후 주택 등 개인 수용가를 마지막 차례로 남긴 만큼 같은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가스는 자가 소비 이외에 다른 사업자와의 물량 스와핑, 판매 가능성이 주요 관심사다. 이번 기능조정안에 따르면 민간 직도입 활성화 시점을 2025년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가 오면 가스공사의 장기 도입 물량 계약이 종료되면서 계약 물량보다 수요 물량이 많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올 하반기부터는 가스배관시설 이용규정 개정 등 민간 기업의 직도입 환경 개선 작업이 진행될 계획이다.
발전 공기업의 상장은 예전부터 찬반이 갈리던 분야다. 시장 옹호론자들은 설비 나눠 먹기식 분할이 아니라 경쟁을 통한 성과를 시장에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에 대규모 설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발전 공기업 특성상 경영 결정권이 흔들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정부 역시 상장이라는 방향은 정했지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정부가 적어도 지분 51%는 소유하고 나머지 가운데 20~30%에 해당하는 지분만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어떤 발전 공기업이 언제, 얼마만큼 지분을 상장할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발전업계는 10% 이상 지분을 하나의 외국계 자본이 인수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우리 정부지만 지분 10%를 소유한 주주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 주식 추이와 배당금에 관한 정부의 개입 여부 문제도 남은 숙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상장은 더욱 민감한 사안이다. 원자력 특성상 일부 지분의 민간 이양이 사회의 반대 여론에 부닥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한수원의 상장과 관련 작업이 매우 늦게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자력계 내에서도 다른 발전 공기업과 달리 한수원은 국가 안보 측면이 큰 만큼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에너지 공기관 기능조정과 관련한 세부 계획과 방법 등을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규제개혁위원회의 활동과 자원 개발 공기업의 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된 후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께 에너지 부문 기능 조정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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