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건설비 3분의1이 환경설비에 투입돼야한다면…`
앞으로 지어질 석탄화력발전소의 최대 변수는 강화된 정부 대기환경 기준에 따른 환경설비 투자비가 될 전망이다. 아직 시공 전이라 상세비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대기환경설비 비용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투자된 환경설비 비용이 용량요금 정산에 반영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1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석탄화력 신설계획을 가진 발전공기업들은 정부 미세먼지 대책 발표 뒤 추가 설비 비용 산정에 골몰하고 있다. 앞으로 지어지는 석탄화력은 인천 영흥화력 수준의 환경기준 적용 방침이 정해지면서 건설과 운영에 따른 손익계산이 바빠졌다.
영흥화력은 수도권에 들어선 유일한 석탄화력발전소로 다른 석탄화력 대비 가장 높은 환경기준을 적용했다. 영흥화력 3~6호기 대기환경 기준은 황산화물(SOx) 25PPM, 질소산화물(NOx) 15PPM, 먼지 5㎎/S㎥다. 5㎎ 먼지는 디젤차가 1㎞ 달릴 때 나오는 수준이다. 다른 석탄화력 발전소가 평균 100PPM SOx와 NOx, 25mg/S㎥ 먼지 발생 기준을 적용받는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본지가 5개 발전공기업 주요 10개 발전소의 현재 배출량을 따져본 결과, 일부 발전소는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영흥화력에 비해 최대 21배나 높게 나왔다.
영흥화력 기준을 만족시켜야할 발전소는 당진에코 1·2호기, 고성하이 1·2호기, 강릉안인 1·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10기다. 이들 사업자는 그간 획기적으로 발전한 연소기술과 대기환경 설비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과거 보다 훨씬 더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증기를 뽑아내는 초초임계압 보일러 기술부터 대기환경 설비도 성능이 개선됐다. 더구나 이미 높은 수준의 환경설비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추가 비용이 크게 늘지 않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신규 석탄화력 사업자의 희망 섞인 기대와 달리 업계에선 상향된 환경 기준이 앞으로 발전사업 전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영흥화력 5·6호기는 전체 2조5000억원 공사비중 환경설비에만 800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공사비 중 3분의 1이 환경설비에 투입된 셈이다. 반면, 최근 지어진 석탄화력발전소 환경설비는 2개호기 기준 약 4000억원 수준으로 갑절 늘려야하는 상황이다. 영흥화력이 아무리 기준 이상의 청정설비를 갖췄다하더라도 1년 전 계획된 신규 발전소가 강화된 환경기준을 맞추려면 추가 설비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신규 석탄화력사업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건설을 위한 투자 유치에 들어가야 하지만, 수익성 문제까지 위협하는 리스크(위험요인)를 안고 선뜻 투자에 나설 곳이 나올까 걱정이다. 민간 석탄화력 수익정산법인 `정부승인 차액계약`안 결정도 늦어지고 있는 터라 불안감은 더 가중된다. 내부적으로는 추가 비용 투입없이 영흥화력 기준 준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공사도 결정나지 않은 지금은 여전히 변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건설 이후 운영단계에서 수익성 확보도 풀어야할 과제다. 영흥화력은 높은 환경설비 투자비와 운용비에도 수도권과 송전거리가 가까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계획 중인 신규석탄화력발전소 대부분은 수도권과 거리가 멀어 거리상 단가경쟁력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발전업계 한 관계자는 “개선된 보일러와 환경설비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영흥화력은 석탄화력 분야에선 상식적 선을 넘은 환경설비를 갖췄다”며 “실제 공사에서 추가 비용 집행시, 변경된 제도에 따른 별도투자회수 방안과 미세먼지 오염원에 대한 명확한 연구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단위 : SOx, NOx : ppm, 먼지 : mg/S㎥)>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