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과 불법복제SW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이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합니다.”

한 스타트업계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정부 지원 예산에 SW 구입비용 항목이 없어서 SW 구입에는 지원금을 쓸 수 없다는 대화를 나누는 중에 나온 이야기다. 정품 SW 할인 프로모션을 제안해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불법복제 SW를 이용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취재를 하면서 불법복제 관행이 정부 지원의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정부만 하더라도 정품 SW 사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사용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운용체계부터 전문 개발 툴까지 SW는 이제 어느 사업에서든 필수 요소다. 물론 스타트업 입장에서 가격대가 만만찮은 정품 SW 라이선스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품 SW 사용은 스타트업이 창업 단계부터 당연히 챙겨야 하는 부분이지만 자금 사정으로 인해 이를 실천하기 싶지 않다. 정부 지원금으로 SW를 구입하는데 따른 제약도 불법복제 SW 사용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 미래창조과학부는 일부 사업만 선별, SW 구입을 지원한다. 스타트업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 경영에는 모름지기 감수해야 할 비용이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이란 울타리가 모든 것을 용인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도 서비스, 기술, 제품 등 유·무형의 상품을 개발해 이윤을 창출한다. 이 과정에 적잖은 비용, 시간, 노력을 투입한다. SW업체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SW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대가를 치렀다.

많은 부분이 용인되는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타인의 땀과 노력이 담긴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기본부터 잘 지켜야 건강한 기업이 되고, 이들이 모여 건전한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다양한 지원이 따르는 만큼 스타트업이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도 갖추길 기대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