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진동·가격 모두 잡았다` 전자부품연구원, 모터 없는 3차원 구강스캐너 기술 개발

3차원(D) 구강 스캐너는 치아와 잇몸구조를 입체 영상으로 획득하는 장치다. 치아 보철물을 만들 때 본을 뜨고 석고를 씌워 모형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스캔한 영상을 토대로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치아 모양을 구하는 핵심인 3D 구강 스캐너는 현재 기계적 초점조절 제품이 대부분이다. 렌즈를 고속으로 직선 왕복시켜 초점을 조절하는 것으로 모터와 여러 개의 렌즈를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충격에 약하고 소음이 심하다. 스마트폰 대비 세 배 정도 무겁고, 진동이 있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3D 구강 스캐너의 문제점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이 국내 개발돼 주목된다. 구강 스캐너의 국산화와 함께 새로운 분야 응용이 기대된다.

전자부품연구원(원장 박청원, 이하 KETI)은 19일 휴먼케어시스템연구센터 조영창 박사 연구팀이 액체렌즈를 이용한 3D 구강 스캐너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전기적 신호를 조절해 액체렌즈의 굴절률을 변화시켜 초점거리를 제어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모터 구동부 없이 액체렌즈 하나만 사용하는 매우 단순한 광학계 구조를 만들어 기존 3D 스캐너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제품은 하나의 렌즈만을 사용, 무게가 200g 이하다. 이는 기존 제품 대비 41% 가볍다.

또 모터를 없애 소음과 진동도 잡았다. 소음, 진동을 원천 제거해 치과에서 의사와 환자에게 주는 불편을 덜어냈다.

무엇보다 단순한 광학계 구조를 구현하면서도 성능은 기존 제품들과 동등한 약 15~18㎛ 수준의 분해능을 구현, 실제 상용 단계까지 기술 개발이 완료됐다.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대용량 스캔 영상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도록 USB 3.0 규격의 초당 500프레임 전송이 가능한 모듈도 탑재됐다.

액체렌즈를 사용, 소음과 진동을 없앤 KETI의 3D 구강스캐너 시제품(제공: KETI).
액체렌즈를 사용, 소음과 진동을 없앤 KETI의 3D 구강스캐너 시제품(제공: KETI).

KETI 관계자는 “3D 구강 스캐너 기술은 현재 치과용 의료기기 분야 핵심 기술”이라며 “국내외 다양한 기업에서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기술 수요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KETI는 이번 기술개발 성과가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강 스캐너 시장에서 국산화를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부품 검사용 산업용 스캐너, 모바일용 스캐너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치과 분야 외 전자, 자동차, 기계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응용을 기대했다.

KETI 3D 구강스캐너 개념도(제공: KETI)
KETI 3D 구강스캐너 개념도(제공: KETI)
KETI 3D 구강스캐너로 촬용한 치아 스캐닝 사진(제공: KETI).
KETI 3D 구강스캐너로 촬용한 치아 스캐닝 사진(제공: KETI).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