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실적 부진에 빠졌다. 맏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둔 반면에 전자·IT 계열사는 물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등 실적이 모두 저조하다.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과정을 진행하는 과도기지만 계열사가 대거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우려가 제기된다. 계열사 실적 반등을 위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3조8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 이상, 영업이익은 7%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망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실제 실적은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원 후반대로 예상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갤럭시S7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TV와 에어컨 등 가전사업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실적 상승에 힘을 더했다.
반면에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SDI 등 그룹 내 다른 전자·IT 계열사는 모두 지난해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S는 상반기 매출 3조7530억원, 영업이익 282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2%, 4.0% 소폭 감소로 예상됐다. 삼성전기는 기판사업 부진 등으로 전년 동기보다 37%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 1분기 경영효율화 관련 일회성 비용이 대거 발생하며 7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점쳐진다.
그룹 내 다른 주요 계열사 실적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한 이후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분기 실적으로 2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3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신규 수주가 전무할 정도로 부진에 빠져 있다. 희망퇴직과 임직원 임금 반납 등 자구책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조선업 자체의 부진으로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자·IT 계열사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과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완제품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과 TV 등 주요 완제품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생산·판매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로 수익률이 상승하지만 부품 업체는 절대 수요와 수익성이 하락하는 구조다. 현재 삼성전자 의존도는 삼성SDS가 70% 이상, 삼성전기 60% 이상으로 분석된다. 또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을 진행하면서 불안정한 과도기 상태에 있는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을 내부적으로도 경계하고 있다”면서 “각 사별로 외부고객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상반기 실적 현황(단위:억원)
자료:에프앤가이드
(*삼성물산은 합병으로 인해 지난해 실적 없음)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