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 꿴 사용후핵연료 기본계획…국민적 소통·이해 과제

공청회 시작전 더K호텔 로비에서 상경한 원전지역 주민들이 원전반대 피켓을 들고 운집해있다.
공청회 시작전 더K호텔 로비에서 상경한 원전지역 주민들이 원전반대 피켓을 들고 운집해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 수립 시작을 알린 첫 공청회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예상했던 대로 일부 원전 지역주민과 반핵 단체 반발이 있었지만 국민 의견수렴 첫발은 내디뎠다. 앞으로 진행될 지역설명회에서 보다 많은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확인했다. 정부는 오해소지가 많은 만큼,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국민 이해를 구할 의지를 보였다.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피해갈 수는 없는 길이다.

원전지역 주민들과 일부 사회단체 회원들이 공청회장 단상을 가로막고 앉아있다.
원전지역 주민들과 일부 사회단체 회원들이 공청회장 단상을 가로막고 앉아있다.

지난주 서울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1차 `사용후핵연료 공청회`는 시작부터 마찰을 빚었다. 사전 신청을 하지 못했던 지역주민이 공청회장 입장을 요구하며 입구서부터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원전지역 반핵단체 주민은 입구에 대기 중인 주민 입장을 요구하며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해 회의 철회를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요구를 받아들여 다수 주민을 추가 입장시킨 후 착석을 요구했지만, 이들의 단상점거는 계속됐다. 오히려 추가로 입장한 주민을 계속 단상으로 불러 세우며 공청회 무효를 외쳤다. 반대 주민은 공청회가 서울이 아닌 원전 지역 우선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빛원자력발전소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장내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 타당성조사 즉시 중지 △건식 단기저장시설 신축 및 구조물 설치 반대 △한빛원전 수명연장 불가·수명연장 회책의도 중지 △정부·한수원 지역주민 갈등조장 중단 △고준위 핵폐기물 모든 사항 군민 합의하에 공정·투명하게 진행 등 5개 요구안을 배포하기도 했다.

일부 고성이 오가고 단상 대치같은 상황이 빚어지긴 했지만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이 공청회를 진행해 법적인 효력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고성이 오가고 단상 대치같은 상황이 빚어지긴 했지만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이 공청회를 진행해 법적인 효력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혼란 속에서도 공청회는 진행됐다. 산업부는 반대 주민에게 발언기회를 주며 의견을 수렴했다. 대다수가 정부 원전 정책과 핵연료 기본계획 폐기를 언급했다. 오해도 있었다. 기본계획상 핵연료 저장 부지 후보는 현재 전국 대상이지만, 원전 지역을 대상으로 핵연료 부지를 만들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반면에 사회 진행과 정식 참여 패널 발언은 반대 주민 고성과 구호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공청회 참여를 요구했지만 정작 대화를 거부하고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혼란 속에도 공청회가 진행되자 욕설과 물리력을 행사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날 공청회는 그동안 외면했던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첫 단추를 뀄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관련 공청회와 달리 반대 주민에게 장내를 개방하고 이들 발언권을 우선 배려한 것은 핵연료 정책 방점을 소통에 맞춘 정부 의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고성보다는 대화를, 오해보다는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부와 반대주민 그리고 우리에게 향후 숙제로 남겨졌다.

산업부는 이날 반대 주민 의견을 모두 기록, 향후 기본계획 구체화 작업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주민 요구대로 각 원전지역을 돌며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동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은 “혼란은 있었지만 공청회를 통해 원전지역 주민 의견을 알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소통을 위해 원전지역과의 만남을 갖고 요청이 있을 때마다 기본계획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