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500여명 피해사례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가 촉발시킨 화학물질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생활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향제, 탈취제 등 위해 우려 제품 15종에 대해 살생물질을 전수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15종 외에 공기청정기 필터를 조사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3M 항균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살균제 성분의 유해물질인 옥타이리소시아콜론(OIT)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3M 항균필터는 공기청정기뿐만 아니라 에어컨,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3M 항균필터 사용은 확인됐지만 각 제품에 사용한 필터 종류와 유해물질 검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 동안 국민은 집안에서 살균제, 방향제, 곰팡이 제거제, 물티슈, 공기청정기 등 수많은 생활제품을 써왔다. 사용에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화학물질 사용과 규제 기준을 정하는 정부를 믿어서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어련히 알아서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이 돼서야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피해자 보상 등도 책임회피로 일관, 화학물질 사용과 관련해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시작된 유해 화학물질, 폭스바겐 `디젤차 게이트`, 미세먼지 `고등어구이 스캔들` 등은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일련의 문제는 공교롭게도 주무부처가 환경부지만 소극 대응으로 빈축을 샀다. 더 이상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심기일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비자는 그 동안 의심하지 않고 사용해온 생활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믿어온 정부와 기업에 대한 배신·불신감이 커져서다.
환경부는 국민이 생활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화학 원료의 위해성 평가를 서둘러야 한다. 제품에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업도 자체 검증을 확대해 소비자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 불신이 깊어지면 으레 공포로 다가온다. 정부와 기업이 믿음을 줄때 비로소 화학물질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