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세대 유니패스로 무역 2조달러 시대 견인

천홍욱 관세청장
천홍욱 관세청장

2016년 4월 23일 토요일 오전 10시. 관세청 국종망 추진단 상황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으로 작동한다는 실무진 보고를 접한 후에야 개통한다는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긴장감은 안도로 바뀌고, 여기저기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3년 동안 총 사업비 1744억원을 들여 개발한 4세대 유니패스가 새롭게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번에 새로 가동한 전자통관시스템을 4세대 유니패스라 부르는 것은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이 이에 앞서 세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1974년 무역통계 등 전산처리(BATCH)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도입한 1세대를 시작으로 1994년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방식의 2세대, 수출입 관련 신고를 원스톱화한 3세대 유니패스로 발전해 왔다.

3세대 유니패스는 성능과 안전성 면에서 세계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5년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2015년 대한민국 전자정부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을 기록한 카메룬까지 총 10개국에 총 3억3560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무역 안전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관세행정 패러다임 변화, 모바일 같은 신기술 발전은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관세행정 서비스를 요구하게 됐다.

관세청은 무역 2조달러에 걸맞은 무역·물류 인프라를 기초부터 튼튼하게 재설계한다는 목표로 시스템 전면 개편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4세대 유니패스를 전면 재설계하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프로그램 본수만 2만7000개가 넘는 방대한 시스템인 데다 수출입·물류업체, 관세사 등 수많은 수출입 관련 민간업체 신고 프로그램과 169개 대외 기관 시스템이 실시간 연계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가 물류 기본 인프라인 유니패스가 멈추면 국가 물류 흐름 전체가 마비된다는 긴장감 속에서 개통 실패란 처음부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충분한 예행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

총 9번에 걸쳐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환하는 연습을 실시했고, 실제로 오픈 상황과 동일한 리허설도 실시했다. 16주 동안 4000여 대민업체와 71개 기관이 참여하는 시범·시험운영을 진행해 정상적으로 전자문서가 송수신되는지를 체크하고, 크고 작은 결함을 식별·조치하는 과정도 반복했다.

3세대와 비교할 때 4세대 유니패스에서 더욱 향상된 점은 사용자가 시간과 공간 제약을 최소화하고 더욱 안정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수출입 임시 개청, 개인통관고유부호 신청 등 민원 업무를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세관 직원이 물품검사 등 현장 업무 수행 후 결과를 모바일로 즉시 등록함으로써 민원 업무 처리 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기존에는 은행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관세 등을 납부했지만 4세대에서는 금융결제원 전용망과 직접 연계를 통한 관세청 전용 납부 체계를 구축해 납세자가 전자 고지, 납부 내역 조회, 제세 납부 등 징수 관련 서비스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시스템 구조는 더욱 안정되게 재설계하고, 노후화된 장비는 교체했다. 서버 증설로 시스템 자원 사용을 효율화, 불필요한 시스템 부하도 줄였다. 이로써 24시간 365일 중단 없는 관세행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20여년 동안 축적된 3세대 유니패스 노하우에 신기술이 더해져 더욱 강력해진 4세대 유니패스는 앞으로 세계 관세·물류 시스템 표준을 선도하는 전자통관시스템으로 다시 한 번 세계무대를 향해 비상할 것이다.

천홍욱 관세청장 nanhmk@custom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