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도대체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난 걸까. 싱어송라이터 오왠(O.WHEN)의 목소리를 처음 듣는 순간 든 생각이다. 수년 사이 각종 방송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 일반인이 출연할 수 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어났지만, 이런 가수는 처음이었다. 허스키하면서도 부드럽고 묵직한 저음부터 안정적인 고음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또한 작사, 작곡 능력 또한 신인이라 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오왠이라는 원석을 발견한 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의 구자영 대표는 지난해 연말 정말 괜찮은 뮤지션을 데려왔다고 귀띔했다. 소속사에 직접 자신의 데모를 보낸 오왠의 음악을 들은 구 대표는 그 즉시 그를 만나 전속 계약을 맺었다. 오왠의 목소리와 그의 음악을 듣고 확신이 섰던 것이다. 오왠은 부산에서 서울로 단번에 올라와 본격적인 앨범 작업에 돌입했다. 오왠은 6개월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웬 아이 비긴(When I Begin)’을 발표했다. 그토록 이루고 싶던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이룬 것이다.
“제 이름으로 된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는 게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꾼 지 10년 만에 이렇게 이뤘네요. 저도 모르게 오디션을 봤고, 대표님을 만나 뵙고 무언가 이끌리는 대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이렇게 빨리 앨범이 나오게 될 줄 몰랐거든요. 스스로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세심하게 신경 써주신 덕에 앨범을 만들 수 있었어요.”
오왠은 누군가에게 음악을 배운 적이 없다. 심지어 그는 악보를 볼 줄도 모른다. 음악을 듣고 직접 기타 코드를 잡고 비슷한 음을 찾아냈다. 한 음 한 음 연주하며 곡을 완성했다. 처음엔 커버곡을 연주했고, 직접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 막연히 쓴 노래를 친구들에게 들려줬고,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 또 썼다.
“혼자 무작정 음악을 해서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요. 어머니가 젊었을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들려주셨는데, 아마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집에 어머니 통기타가 있어 혼자 커버곡을 연주하며 감으로 익혔어요. 피아노도 코드를 칠 줄 몰라요. 그래서 남들 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죠. 혼자할 땐 몰랐는데, 합주를 하면 제가 어떤 코드인지를 모르니까 연주자 분들이 애먹으세요. 그래서 요즘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오왠의 첫 앨범에는 총 5곡이 수록됐다. 타이틀 곡 ‘오늘’을 비롯해 ‘언젠’, ‘피크닉(Picnic)’, ‘독백’ 등 오왠의 매력을 하나의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일상적이면서도 젊음에 대한 고뇌, 질풍노도의 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 등 오왠의 개성이 묻어있다.
“‘오늘’은 젊음의 오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20대 초반에 사회에 첫 발을 뗀 이들이 어디에 기대지 못하는 마음을 대변했어요. 서울에 올라오고 한강에서 썼어요. 제가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데, 우비를 쓰고 여의나루에 갔었죠. 센치해진 감성에서 젊음에 대해 생각하고 쓴 곡이에요.”
가사를 쓸 때 오왠은 제일 첫 가사에 제일 집중하는 편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큰 틀을 잡고, 이에 대해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형식이다. ‘언젠’ 역시 20대 초반에 느낀 불안한 마음을 담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일이 되길 바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이 곡은 오왠이 현 소속사에 보낸 데모 곡으로, 지금의 그를 만들어 준 노래이기도 하다.
오왠과 함께 인터뷰에 나선 구 대표는 처음 ‘언젠’을 들었던 때를 떠올리며 “멜로디에서부터 오왠에 개성이 묻어난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각하지 못한 전개의 멜로디를 만들어 놀랐다. 멜로디와 보컬 톤만 조금 다듬으면, 보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씩 다듬으며 오래도록 빛을 잃지 않는 가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오왠은 어떤 가수로 성장하고 싶을까. 그는 마지막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떨리면서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갔다.
“나이가 들며 바뀌는 감정에 충실한 가수가 되고 싶어요. 솔직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들으시는 분들의 취향과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같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 또한 잘 조율해서 제 감정에 충실한 가수 오왠이 되고 싶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