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전력기준가격, 전력시장 `골병`]CBP 시장 왜 바꾸기 힘든가

변동비반영시장(CBP)은 2001년 전력산업 개편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도매 시장을 운영해 온 플랫폼이다. 전력 당국은 CBP 시장에 경제 급전 우선순위를 더해 발전사들의 전력생산 원가를 반영하는 한편 국민에게는 좀 더 저렴한 전기 공급에 노력해 왔다.

국내 전력도매시장 가격결졍 구조
국내 전력도매시장 가격결졍 구조

최근 CBP 시장에 대한 발전업계의 불만에서 발전원은 다양한 상태에서 단일가격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다. 원전, 석탄, LNG 등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가 다양한 만큼 가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매시장에서 이들 연료원별 발전소가 시장에 입찰하는 가격은 다 다르다. 반면에 시장에서 우리가 최종으로 받게 되는 전기 가격은 하나로 통일돼 있다.

여기에는 전기의 공공재 성격이 영향을 미친다.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전기는 각기 다른 연료로 생산했지만 품질은 똑같다. 일반 소비재 시장에서는 일반 채소보다 유기농 채소 가격이 더 비싸지만 전기는 원료만 다를 뿐 품질이 똑같으니 최종품 가격의 차별화가 어렵다. 더욱이 품질 좋고 저렴한 단일가격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다 보니 현재로선 지금 또는 남보다 비싼 전기를 수용할 수 있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사실상 소비자가격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연료비는 국제자원 시장에 따라 매번 수시로 변하는데 정작 최종 소비자가격의 변화는 거북이걸음이니 도매시장에서만 땜질식 처방이 나오면 진통을 앓는다. 과거 발전소 부족으로 전력 도매가격이 폭등했을 때 이를 소매시장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맞았지만 전력 당국은 도매시장에 가격상한제를 적용하는 선택을 했다. 전기요금이 소비자물가 인상을 저지하는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저렴한 연료로 발전원을 통일시키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LNG로 국가 전력의 상당수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원 빈국이라는 아픔이 발목을 잡는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석탄, LNG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자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나의 연료에 의존도가 높으면 그만큼 국가 자원 리스크는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가 단일가격 체계에서도 다양한 발전원을 도매시장에 배치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발전원별 복수가격제 적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전, 석탄, LNG 등 연료원별로 따로 도매시장을 구성하고 시장별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최종 소비자가격이다. 연료원별 비중을 맞춘 만큼 국가 에너지믹스 차원에선 긍정적이지만 LNG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지금보다 소매시장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력 당국은 지금의 CBP 구조를 유지한 상황에서 `정부승인차액계약(VC)`라는 계약거래 제도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도매시장에서 생산자인 발전사와 구매자인 한국전력이 장기계약을 맺는 것으로, 각 사업자 간 수익 보장과 시장 안정 효과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VC는 아직 석탄화력발전소에 한정돼 있어 LNG 발전사의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워 보인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