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 올해와 비슷한 19조5000억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물가인상률 및 인건비 인상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다.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 편성을 지출 `확대`보다 `효율화`에 맞췄다고 밝혔다. 국가 R&D가 예산 절벽에 부닥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17년도 R&D 예산 지출한도(실링)를 2016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달했다. 기재부가 지출한도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대규모 확대·축소 계획은 없다는 의미다. 올해 R&D 예산 확대 폭이 워낙 작았던 만큼 내년도에도 소폭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가와 인건비 인상 수준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사실상 R&D 예산을 축소한 셈이다.
R&D 예산이 부처 요구안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은 19조50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정부가 재량지출 예산 10%를 구조조정하고 절감 자금을 신산업과 일자리에 재투입할 계획이지만 이는 R&D 분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R&D 예산은 전반에 걸쳐 올해와 비슷한 기조”라면서도 “오는 9월 예산 편성이 확정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R&D 예산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것은 재정 여력의 한계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총 1285조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처음 40%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에 `증세`를 원천 차단하고 있어 재정 여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R&D 부문은 지출 확대보다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정부의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R&D 예산을 빠르게 늘려온 만큼 이제는 누수 차단과 효율 높은 지출에 신경 써야 한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2016년도 R&D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시기로 봐 달라”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R&D 예산 연평균 증가율도 4%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초기 3년 동안은 매년 5~6% 증가율을 보였지만 올해와 내년도는 낮은 증가율(1~2%)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전 10년은 연평균 증가율 10%가 넘었다.
정부가 세입을 늘리지 않는 한 국가 R&D 예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R&D 예산은 2000년도 4조원 수준에서 올해 19조원으로 16년 동안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예산(2000년도 92조6000억원, 2016년도 386조4000억원)은 네 배 정도 증가했다.
최근 R&D 예산 현황(자료:기획재정부)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