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방송시장

[기자수첩]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방송시장

“중국 상하이에는 현대·기아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모두 좋은 차를 타고 다니죠. 상하이 사람들이 얼마나 잘사는데요.”

얼마 전 중국에서 가장 큰 콘텐츠 시장인 `상하이TV페스티벌` 출장을 갔을 때 도로에서 현대·기아차는 보기 어려웠다. 현지 중국인 가이드에게 중국인은 현대·기아차를 잘 타지 않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도로 위 자동차는 대부분 BMW, 폭스바겐, 벤츠 등 외국 브랜드였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그럼 중국인은 미국, 독일 등 외제차를 좋아하냐고 묻자 그는 중국에는 외제차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에서 자동차사업을 하려면 무조건 중국 합작법인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결국 중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달리는 합작법인의 차 후방에는 `상하이폭스바겐` `베이징현대` 등 중국명이 먼저 붙어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외국 기업의 강점을 무섭게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TV페스티벌에 가서도 충격은 계속 됐다. 전시장에는 한국 배우가 나온 포스터가 많이 붙어 있었다. 중국 방송 산업에서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고 느꼈다. CCTV 등 중국 메이저 방송사와 배급사에 가서 한국 콘텐츠의 강점이 뭐냐고 묻자 다들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중국은 국적과 상관없이 좋은 콘텐츠와 배우를 가져올 뿐이지 한국 콘텐츠나 시장을 전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자동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방송 산업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의 좋은 콘텐츠를 흡수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는 한국 프로그램을 수입해 그대로 방영하는 전략을 펼칠 정도로 국내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 최근 중국은 국내 프로그램 포맷만을 수입, 한·중 합작 형태로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다. 중국판 `런닝맨`인 `달려라 형제`의 제작진 약 40%가 중국인이다.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중국이 주도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에 나설 수 있다.

전시장에서 방영되고 있는 중국 드라마는 이미 국내 드라마를 능가하는 영상미와 흡입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국 영상은 국내 드라마보다 촌스러울 것이란 막연한 편견이 사라졌다. `한류`라는 취기가 확 가시는 순간이었다.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