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최대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영흥도가 친환경 마이크로그리드로 재탄생한다.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는 우리나라 첫 사례로 마이크로그리드 대상 지역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전력과 한국남동발전은 23일 인천시 영흥화력본부에서 영흥지역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태양광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착공식을 가졌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ESS를 활용해 구축하는 전력체계다. 지금까지 가파도, 가사도 등 전력공급이 어려워 디젤발전기를 사용하던 일부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에너지자립섬`이란 이름으로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됐다. 최근에는 울릉도에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추진이 한창이다.
이번 영흥도 사업은 섬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고 전력계통도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존 마이크로그리드와는 차이점이 있다. 한전과 남동발전은 영흥도가 전력계통이 연결은 되어 있지만, 최말단 지역 특성상 전압이 약하고, 과부하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결정을 내렸다.
영흥도는 대규모 석탄화력인 영흥화력이 있는 지역이지만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은 45㎞ 떨어진 사강변전소로 보내고, 이곳에서 배전선로를 통해 공급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더욱이 발전소 건설 이후 2000여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현재 6000여명을 넘어서면 전력사용량도 크게 증가한 상황.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선 추가 송변전 설비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부 충격에도 취약하다. 2010년 태풍 곤파스 상륙 당시에도 전력 공급이 중단된 바 있다.
한전과 남동발전은 2020년까지 약 800억원을 투입해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해 영흥지역 전력계통 보강작업을 한다. 발전소 부지에 설치된 태양광, 풍력, 소수력 설비에서 나온 전력을 영흥주민들에게 우선 공급하는 식이다. 영흥화력은 풍력 46㎿, 소수력 12.6㎿, 태양광 2㎿, ESS 4㎿ 등 총 64.6㎿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보유, 준공 기준 국내 최대 신재생에너지단지를 갖추고 있다.
1단계 구축이 완료되는 올해 말부터 신재생에너지와 ESS로 전력을 공급하고, 동계피크나 신재생 출력일 불안정할 경우 전력계통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체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영흥도 전면 정전시에도 ESS를 활용해 2시간 이상 전력공급이 가능하고, 수급안정을 위해 필요했던 송변전 설비를 추가 건설하지 않아도 돼 420억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박형덕 한전 경기본부장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계기로 영흥주민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고 신재생에너지 협업모델을 발굴해 에너지신산업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