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봉작 `셔터 아일랜드`(감독 마틴 스콜셰지)는 마지막 대사를 위해 설계된 영화다.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는 동료로 여겼던 척 아울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 “괴물로서 사는 것과 선량한 사람으로서 죽는 것, 무엇이 더 끔찍할 것 같아?”. 그 말에 모든 사실을 눈치 챈 척을 뒤로 한 채 테디는 후자의 길을 택한다.
사실 괴물과 사람을 가르는 것은 `전두엽`이란 기관이다. 전두엽은 대뇌반구 앞 부분으로 기억력과 사고력 주관, 정보 조정, 행동 조절 등을 담당한다. 인간으로서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성 치매가 다른 치매와 달리 폭력적 성향을 띠는 것도 술을 마시면 전두엽이 먼저 손상되기 때문이다.
테디와 척이 있던 `셔터 아일랜드`에서는 전두엽 절제 수술, 일명 `로보토미`가 자행되고 있었다. 1935년 예일대 신경학자 존 풀턴이 전두엽 신경을 절제한 침팬지가 온순해졌다는 보고서를 내자 포르투갈 신경과 의사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가 이를 인간에게 적용했다. 1년 동안 모니스는 20명의 우울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수술을 집도했고, 이 중 70%가 호전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중증정신질환자들을 위한 뚜렷한 치료법이 없던 20세기 초 정신과 의사에게 이는 획기적인 수술 방식이었다. 1·2차 세계대전을 겪고난 뒤 수많은 사람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조현병 등을 호소했지만 병실과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로보토미`는 전신마취와 수술실이 없어도 된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았다. 눈꺼풀 바로 아래에서 기구를 삽입해 전전두엽 신경망을 끊으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로보토미`는 195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줄어들었다. 로보토미의 반인권적 실상을 고발하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감독 밀로스 포먼, 1957년)가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로보토미를 받은 환자들은 신체적 부작용을 호소했고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 항정신병약물이라는 대안이 생기면서 로보토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혹자는 로보토미를 `정신의학 혼란기인 20세기 산물`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의 반인권적 행위를 과거 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빈번하게 자행되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현대 정신의학이 풀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