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탈퇴 선택했다…세계경제 대격변

코스피 4% 가까이 급락…세계경제 대격변

EU탈퇴 국민투표가 실시된 23일 영국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투표결과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EU탈퇴 국민투표가 실시된 23일 영국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투표결과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이 EU에서 43년 만의 탈퇴를 선택하면서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엔화가치는 폭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EU를 비롯한 각국은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한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23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한국시간 23일 오후 3시부터 24일 오전 6시까지)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는 영국의 등록 유권자 4650만 명 가운데 72%가 실제 투표에 나섰다.

개표센터 382곳 중 342곳, 투표 수 89%(한국시간 24일 오후 1시 25분 현재)의 개표가 완료돼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탈퇴가 51.9%로 잔류 48.1%에 3.8%포인트 앞섰다. 투표 수로는 2900만표가 개표된 가운데 탈퇴가 100만표 가까이 앞섰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ITV, 스카이뉴스 등 영국 방송은 일제히 브렉시트 진영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같은 추세대로 개표가 최종 마감되면 영국은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이탈한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상황을 맞게돼 회원국이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영국의 탈퇴에 따른 `이탈 도미노` 우려와함께 EU 위상과 지형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됐다.

영국은 경제 충격뿐 아니라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북아일랜드나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 등 영연방 체제 균열 가능성이라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영국은 이제 EU 리스본 조약에 따라 EU 이사회와 2년간 탈퇴 협상을 벌이게 된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 관계를 협상해야한다.

당초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투표 당일에 사전에 명단을 확보한 투표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EU 잔류가 52%, EU 탈퇴가 48%로 예측됐지만, 현재 개표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특히 잔류가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 지역에서도 잔류 찬성률이 예상보다는 낮은 경우가 많았다.

개표 중반에 접어들 때까지는 양쪽 차이가 근소해 각 개표센터 결과가 추가로 나올 때마다 잔류와 탈퇴 우위가 바뀌며 엎치락뒤치락했으나 현지시간 새벽 3시 이후부터는 탈퇴가 잔류에 2~3% 포인트 차이로 앞선 채 격차를 유지했다.

총 382개 투표센터 가운데 320여 개로 가장 투표센터가 많은 잉글랜드에서 탈퇴 결과를 이끌었다.

웨일스 역시 55% 정도로 탈퇴가 우세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잔류가 55∼62%로 우세했으나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번 국민투표의 투표율은 70%를 훌쩍 넘어 지난해 총선(64.6%)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으면 EU 잔류가, 낮으면 EU 탈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EU 탈퇴가 가져올 변화를 걱정해 `현상 유지`를 택할 부동층이나 변심층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잔류 진영의 기대가 무너진 것이다.

투표 기간 쟁점은 이민 억제 및 주권 회복과 경제로 수렴했다. 이에 비춰보면 영국민 다수가 경제보다는 이민 억제와 EU로부터 주권 회복을 우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이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장중 10% 폭락했으며 일본 닛케이지수가 7%, 한국 코스피지수가 4%대 폭락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