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자율주행 기술 전 단계이긴 하지만 지난 5월 국내에도 무인자동차를 실제 고속도로에서 40㎞나 시험 운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 무인자동차는 서울대 연구팀이 위성항법시스템(GPS) 수신기, 레이다 등 전파기술을 이용하고 카메라 및 각종 센서와 주행 프로그램을 신경망처럼 연결해 개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은 6년 동안이나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율주행차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자율주행차가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네비건트 리서치는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0년 225조원, 2035년에는 217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에 수립한 K-ICT 전략 9대 산업에 자율주행차가 포함되는 지능정보기술 산업을 추가, K-ICT 10대 전략으로 개편했다.
자율주행차는 내장된 인공지능(AI)이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판단, 인간이 운전하듯 도로를 누빈다. 이는 주변 자극에 대한 동물의 반응 방식과 유사하다. 특히 박쥐가 날아다니는 행위에 비유할 수 있다. 박쥐는 입이나 코를 통해 20㎑에서 130㎑ 주파수 대역의 초음파를 발사하고, 이 초음파가 장애물에서 반사되면 잘 발달된 청각 기관이 이를 감지해 나아갈 길을 찾아다닌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박쥐는 아무리 좁은 동굴이나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도 부딪히지 않고 날아다닐 수가 있다.
자율주행차도 기본 원리가 박쥐 비행 기술과 같다. 다만 초음파 대신 전파를 이용하고, 입·코·귀 대신 전파 레이다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자율주행차 AI 프로그램은 동물 뇌에서와 같은 처리 과정을 거쳐 레이다에 의해 감지된 물체가 보행자인지 차인지 다른 장애물인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운행을 하도록 명령, 완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한다.
자율주행차 출현은 사실 AI 기술뿐만 아니라 전파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전파기술의 뒷받침 없이는 자율주행차가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 전파기술은 일부 전문 영역에 한정돼 활용됐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이나 산업 활동에 없으면 안 될 필수 요소가 됐다. 이 때문에 전파자원 개발과 연구가 앞으로 맞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K-ICT 10대 전략 산업 가운데 5G 통신, UHD, 스마트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지능정보 등 5개 분야가 전파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국가기관으로서 이러한 전파를 연구하고 개발하며 정부 정책을 실천하는 전파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1966년 2월 5일 설립된 이래 전파자원 개발이라는 큰 틀에서 주파수 이용 효율화, 전파 주권 확립, 안전한 전파 이용 환경 조성 등 전파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위성·통신·방송 주파수 국제 등록,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통한 국제 표준화 활동, 방송통신기기 전파 인증 업무, 전자파 장해 및 인체 안전 보호 연구, 방송통신 기술기준 및 표준연구, 우주전파 예·경보 및 관련 연구, 전파 측정설비 및 관련 기술 중소기업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전파연구원은 개원 50년이 됐다. 50은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전파연구원은 전파로 만드는 편리한 세상의 구현을 하늘의 명으로 알고 다가올 초연결 사회에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인간 중심 전파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나갈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꽃을 피워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미래 50년을 개척할 나아갈 방침이다.
유대선 국립전파연구원장 dsnyo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