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소프트웨어(SW)를 `프로그램 코딩`으로만 인식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좀 더 쉽고 즐겁게 배운다면 SW에 흥미를 갖지 않을까요.”
지난주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교에서 열린 `로봇과 함께하는 SW페스티벌` 행사에서 만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행사 취지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행사는 초등컴퓨팅교사협회 소속 교사가 직접 준비했다. 사이트를 뒤지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3D 프린팅을 이용해 실습 교재를 제작했다. 학생이 SW를 즐기기 위한 행사를 꾸몄다.
일반 SW교육 행사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행사는 컴퓨터 강의실이 아니라 농구장이 있는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대강당 안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쳤다. 특별한 시상식도 없었다. 미션을 열심히 수행하면 경품행사에서 경품권이 몇 개 더 주어지는 정도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대회가 아니라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 축제의 장이었다.
2018년부터 초·중·고 SW교육이 의무화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각종 우려가 쏟아졌다. 새로운 과목 때문에 당장 학생이 부담을 느낀다는 얘기가 많았다. 대학 입시 문제까지 거론된다. 월 수백만원짜리 과외가 등장하면서 사교육 시장 과열 얘기도 나온다.
SW교육을 너무 틀에 갇힌 시각에서 본 게 아닐까. 모든 교육이 입시만을 목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자라나는 꿈나무가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접하고 자신에게 맞는 꿈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행사장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꿈은 게임프로그래머다. 경기도 안산에서 온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꿈은 로봇공학자다. 이들은 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SW를 접하고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때론 (SW 공부가) 지루하기도 해요. 그래도 순서도에 맞춰 코딩하다 보면 어느새 딱 해결되더라고요. 정말 재밌어요. 중학교, 고등학교도 SW 특성화 학교로 가고, 대학도 공대로 가고 싶어요.”
학생은 SW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게 신기하다며 반짝이는 눈으로 꿈을 이야기했다. `입시`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어른 시각에서 SW교육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학생들은 SW를 배우면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