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 금융시장도 당분간 어두운 영향권 아래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영국계 등 유럽계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시장의 가격 폭락세가 다음 주 초 이후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권역별 대응체계 점검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세부 대책을 미리 마련해 불안심리가 일정 수위를 넘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단계별 시장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이미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준비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브렉시트 이슈는 앞으로의 전개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크고 협상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사안의 성격, 파급 경로와 시차, 대응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영국의 브렉시트가 우리의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우선 영국과의 무역·금융 거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자본 유출 등으로 금융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글로벌 교역 위축이 결국 우리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 당분간 경기의 하방 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기초여건)로 브렉시트에 따른 국내 주식 시장의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래소는 지난 24일 최경수 이사장 주재로 시장운영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로 한 데 이어 주말에도 브렉시트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금투협)와 증권사 사장단도 27일 서울 여의도 금투협 회의실에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7위 수준의 외환보유액에 5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면서 “곳곳에서 후폭풍 현상이 등장할 수 있으나 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대처한다면 곧 국내 자본 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렉시트 여파로 시장에서는 달러, 금 투자 쏠림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331억9500만달러로 5월 말 잔액(311억9100만달러)보다 20억400만달러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견되던 지난 3월(36억94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달러화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 초강세도 실물경제에 변수로 대두됐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24일 국내 금융 시장에선 달러화 초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29.7원이나 급등했다.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을 대표하는 금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안전자산 선호도 증가로 금 매입이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골드바 잔액은 지난달 말 6억7000만원이었으나 이달 22일 16억7000만원으로 약 150%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달 말에 견줘 22일 만에 10억원이 늘었다. 브렉시트 이후 금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영국 EU 탈퇴가 결정된 후 금값은 구매자들이 몰리면서 하루에 4.7% 급등했다. 국내에서도 구매자가 늘면서 금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