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수면 위로 떠오른 애플뮤직, 국내 음원 생태계 미치는 영향은?

애플뮤직 서비스 이미지<전자신문DB>
애플뮤직 서비스 이미지<전자신문DB>

애플이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와 계약, 국내 애플뮤직 서비스 진출을 가시화했다. 국내 음원산업계에 미칠 영향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으로 획일화된 서비스에 차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음악의 해외 진출도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단가가 낮은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를 촉진, 창작자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애플이 국내에서도 미국 시장과 같은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이슈분석]수면 위로 떠오른 애플뮤직, 국내 음원 생태계 미치는 영향은?

◇경쟁 효과로 국내 음원 시장 변화 촉매

음원업계는 애플 진출이 한국 시장 내에 경쟁을 유도, 시장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글로벌 사업자의 진출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 구도, 상품 형태 등에 다양한 변화가 점쳐진다.

국내 유료 디지털 음원 시장은 로엔엔터테인먼트 멜론이 5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KT뮤직, 엠넷, 벅스 등이 뒤를 잇는 구도로 고착화된 상황이다. 서비스 사업자의 역량과 특성에 따른 가격 할인 외에 대부분 흡사한 가격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UI와 UX도 대부분 비슷하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특정 회사가 새로운 부가 기능을 제공해도 얼마 되지 않아 경쟁 사업자가 비슷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글로벌 서비스 진출이 다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화 촉발의 전제는 애플뮤직 경쟁력이다. 애플 이전에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사업자가 없지는 않았다. 프랑스 디저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서비스되고 있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다. 애플은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뮤직 스토어 아이튠스와 아이폰 등 기기를 기반으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보유했다. 외국 곡만 3000만곡을 제공한다. 이는 국내 사업자의 5~6배에 이르는 수치다. 국내 음원은 유통사와 제작사의 협상에 따라 제공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가격 부분은 정상가 기준으로 애플뮤직이 좀 더 비싸지만 서비스 질을 높여 조금 더 내라고 해도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국내 곡 위주로 듣는 사람이 애플뮤직으로 쏠릴 가능성이 옅은 편이지만 방대한 해외 음원을 보유, 경쟁력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내 음악 해외 진입 장벽 낮아져

케이팝(Kpop)의 해외 진출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해외 인기가 높은 한국 음악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팝 해외 유통 사업은 언어, 애플 전문 업로드 프로그램, 기타 정보기술(IT)인프라 등 요인으로 말미암아 소수 전문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에 진출하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업계에서는 한국 음악콘텐츠 글로벌 표준식별체계 연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글로벌 시장 유통에 필수 요소다. 현재 아이튠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한국 곡은 국제표준녹음코드(ISRC) 등 표준코드를 발급받아 연계한다. 저작권과 실연자 저작인접권은 아직 표준코드와의 연계가 미진한 상황이다.

음원 글로벌 진출 관련 법·제도와 인프라 개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한 과제 해결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가수, 연주자 등 음악실연자 저작인접권 경우 애플 국내 서비스에서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서비스 공급 과정에서 음실련과 국내 주요 기획사가 실연자 계약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신탁계약으로 실연자 권리를 양수한 음실련, 유명 연예인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매니지먼트사 간의 권리 중복 때문이다. 해외는 우리나라와 같이 실연자 저작인접권 신탁관리 단체가 없고, 레이블이 실연자 권리까지 포괄해서 관리한다.

◇스트리밍 확대에 따른 우려도…국내 처우 일관성 주목해야

애플뮤직 진출이 스트리밍 기반 디지털 음악 서비스 확대를 촉진, 음악가 등 권리자에게 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낮은 곡당 단가 사용료 정산 구조가 권리자에게 필요한 생존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팀 쿡 체제에서 친권리자 태도에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장을 바꾸긴 했지만 애플뮤직의 미국 서비스 초기 무료 체험 기간에 사용료 정산을 0원으로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애플이 미국 시장에서 보인 태도를 한국 시장에서 동일하게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거대 사업자인 애플이 국내 음원 시장을 장악해 군소사업자가 고사하게 되면 권리자가 애플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부분을 주시하지 않고 맹목으로 글로벌 사업자를 선망하는 것은 한국 음악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