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로 전지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교수팀)은 잉크젯 프린터로 문서를 출력하듯 전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출력한 전지는 종이 문서와 비슷하다. 컴퓨터로 디자인한 이미지 그대로 전지를 제조한다.
이 기술은 종이 위에 출력한 글씨나 그림을 전원으로 사용한 최초 사례다. 유연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배터리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웨어러블 전자기기는 물론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상영 교수는 “잉크젯 프린터와 A4 용지를 이용해 기존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디자인 전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전지의 모든 구성요소를 잉크 형태로 만들고 잉크 점도는 잉크젯 프린팅이 가능하게 조절했다. 여기에 종이 위에서 잉크가 번지거나 이탈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나노 크기 셀룰로오스를 적용했다. 전지 재료를 인쇄하기 전에 종이 표면에 셀룰로오스 소재를 먼저 뿌려 번짐을 막은 것이다. 은나노입자와 탄소나노튜브를 접목해 전지 특성을 높이고, 열에 강한 전해질도 활용했다.
이렇게 출력한 전지는 1만회 충·방전 반복시험 결과 용량이 줄지 않았고, 150℃ 고온에서도 전지 특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1000회 구부려도 성능 변화는 없었다. 또 잉크젯 프린팅 공정상, 마치 그림을 그리듯 전지를 직렬 혹은 병렬로 연결시킬 수 있어 전지 전압 및 용량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이 기술로 만든 전지를 종이 지도와 유리컵에 적용하는 데도 성공했다. 한반도 지도 형태로 전지를 출력해 LED 램프를 켜고, 물 온도에 따라 다른 색깔의 등불을 켜는 유리컵을 만들었다.
개발한 공정 기술을 최적화하고 잉크 소재를 다양화하면 차세대 전지는 물론 마이크로 규모 전지 제조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컴퓨터로 디자인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미지를 전지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전지 디자인 및 제조 방법으로 향후 IoT용 전원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도약)지원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 `에너지와 환경 과학지` 6월 2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고, 표지논문으로도 출판될 예정이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