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은 우리나라가 중진국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시발점이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전쟁으로 인해 못사는 나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개최 성공 이후 빠른 경제 성장으로 오늘날 정보통신기술(ICT)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은 스포츠 정신에서 이야기하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달성하는 취지와 부합된다. 지난 서울올림픽이 전쟁의 폐허에서 새롭게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성취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기본은 스포츠를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진국 진입에서 한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것(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잘하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오늘날 올림픽은 상업화된 올림픽으로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비판도 있다. 국제 추세를 감안하면 세계 국가 간 스포츠 축제의 장으로서만 아니라 첨단 ICT 기술, 산업의 경연장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RFID 입장권과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한 베이징올림픽(2008년), 가상화 네트워크 기술과 무선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 소치동계올림픽(2014년), 빅데이터 등을 적용해 디지털화한 브라질 월드컵(2014년) 등 세계 스포츠 행사에 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구현해 국가 위상을 과시하고 산업 측면을 부각시켰다.
우리는 역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ICT 역량을 세계에 과시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ICT 서비스 제공으로 올림픽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잘하는 것을 세계에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해 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초고화질(UHD) 방송 등 미래 ICT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올림픽 유산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2020년 하계올림픽에서 5G 상용화를 공언, 우리는 중국·일본과 경쟁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 있는 기술로 한국식 상용화를 보여 줘야 한다.
경기 관람에서 쇼핑, 출국 때까지 IoT,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해외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과거 올림픽이 적자를 내더라도 국격을 높여야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오늘날에는 대륙별로 다른 욕구, 수요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흑자가 되는 행사에 더 의미를 부여한다.
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해선 첫째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말 분야는 중소·벤처기업이 생산 가능한 핵심 부품, 특화 단말 등으로 품목 다변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시장 개척 지원을 통한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시장 정보와 상담기회 제공 등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셋째 `한류`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증가 등의 요인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K콘텐츠를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적절한 활용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올림픽과 달리 평창 동계올림픽은 당당하면서 겸손한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 결과가 재정 부담이 아닌 국가에 플러스가 되는 요인이 돼 가장 한국적인 올림픽으로 미래의 유산이 되길 희망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정용환 부회장 chyh@kai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