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1957년 영화 ‘황혼열차’를 통해 아역으로 데뷔한 배우 안성기. 그가 어릴적부터 연기에 대한 뜻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서 촬영장과 집, 학교를 오갔을 뿐이다. 학교보다 촬영장에 있던 날이 더 많았다.
1970년대 후반, 어느덧 성인이 된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영화를 선택했다. 자신에게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연기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과적으로 그를 가리켜 대중은 ‘국민 배우’라 칭한다.
“이전까지는 영화나 영화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연극영화과만 하더라도 지금의 수능에 해당하는 예비고사에서 떨어진 사람들도 갈 수 있어 연극영화과는 전국에서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매도당하기도 했다. 지금의 연극영화과는 ‘네 실력으로 거길 어떻게 가겠느냐’ 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 됐다. 70년대 이후 꾸준히 사회성, 역사성이 있는 영화들만 하다 보니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대중에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며 굉장히 영화에만 집중했다. 그러한 것에 나도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 배우’로 불리는 탓에 안성기의 어깨에는 항상 한국 영화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올려져 있었다. 하지만 몰라보게 좋아진 오늘의 한국영화에 있는 안성기는 이러한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내가 영화를 시작할 때는 제약도 많았고 영화 환경 자체가 최악이었다. 자본 자체도 아주 영세한 구조였다. 지금은 대기업들이 투자해 자본의 규모가 커진데다 못 찍을 것이 없는 시대가 됐다. 또 예전에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10~15%로 명맥만 유지됐었는데, 이제는 50%가 넘는 경우도 많다. 지구상에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국영화를 많이 보는 환경 등 과거와는 달리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 항상 일종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뒤따른다. 지금까지 해온 것 중에 잘한 것과 못한 것들이 있는데 이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나이와 전적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수많은 실패가 있기에 지금의 실패에 상처받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절대적으로 남은 출전 횟수가 적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열심히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사냥’은 안성기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가장 많은 액션 신을 소화했으며, 때문에 가장 큰 연기적인 폭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다 보니까 깊이로 간다고 말했었다. 이번 기회에 그 영역이 넓어졌다. 그러한 기회가 참 좋았고, 영화가 성공한다면 기회의 폭이 넓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될 일을 많이 했다면, 앞으로는 과감한 도전을 비롯해 내가 좋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냥’도 그런 것 중에 하나다. 내가 하고 싶은 액션에 대한 도전이었다.”
안성기는 ‘사냥’에 이어 영화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의 신작 ‘매미소리’를 준비 중이다. ‘매미소리’는 상갓집을 다니면서 분위기를 띄우며 슬픔을 잊게 해주는 사람인 진도의 ‘다시래기’라는 무형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도 흥 타령을 흥얼거리고 있다. 1년 넘게 하면 나중에 작품에 잘 녹아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굉장히 좋게 들릴 것 같으니 몇 가지는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연습하려 한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짧은 시간 내에 얼른 연습해서 막 하는 것보다 몸에 녹아들게 하고 싶다. ‘사냥’의 기성과는 또 다른 면이 있는 인물이다. 인생을 이야기하는 인물로서, 작품성이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60년 가까지 외길 배우 인생을 걸어온 안성기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담긴 ‘사냥’은 6월29일 개봉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chojw00@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