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내 회사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인가. 미국의 정보기술(IT) 연구 및 자문 회사 가트너는 2017년 소비재 제조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혁신과 연구개발(R&D) 능력의 75%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기에 내부 혁신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회사는 이미 죽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아니, 진짜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대중, 즉 크라우드(Crowd)를 활용해야 한다.
2020년이 되면 70억 이상의 사람 및 비즈니스와 최소 300억개 디바이스가 인터넷과 연결돼 통신하고, 거래하고, 상호 협상하는 디지털 비즈니스 시대가 열린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성숙해 갈수록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가트너는 2017년이 되면 소비자의 80%가 비용절감, 편리, 맞춤제작을 위해 그들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추적해서 교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디지털 비즈니스 시대에는 소비자 참여가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된다. 예컨대 비즈니스 모델은 크라우드 소싱, 마케팅 모델은 공모전과 같은 콘테스트로 각각 이뤄질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도 크라우드 소싱의 한 분야다. 콘테스트는 새로운 제품의 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의 대표 사례로 위키피디아를 들 수 있다. 위피키디아는 단 15년 만에 250년 가까운 역사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를 무너뜨렸다. 위키피디아는 브리태니커보다 40배 이상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가공할 힘이다.
시간제로 양자역학 전문가를 빌려 주는 프리랜서닷컴(freelancer.com), 100분의 1 가격에 기발한 TV 광고 제작을 돕는 통걸(Tongal), 봇(bot)과 사람을 구별하고 책을 디지털화하는 리캡차(reCAPTCHA), 사람들에게 새로운 언어를 가르쳐 주면서 동시에 웹을 번역하는 듀오링고(Duolingo) 등이 떠오르는 10억 시장의 대표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10과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Azure)를 IoT 시장에 접목시키기 위해 오픈 하드웨어(HW) 플랫폼 원조인 아두이노(Arduino)와 공동으로 DIY 메이커스 커뮤니티인 헥스터(Hackster.io) 사이트에서 IoT 솔루션 디자인 콘테스트를 열었다. 2개월 만에 1500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제출되고, 다시 2개월 만에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위즈네트도 메이커스페이스 뮤지엄 컬렉션이 1년 반 만에 1500개를 넘어섰다. 이것들은 모두 위즈네트의 인터넷 프로세서 칩을 사용해 개발한 IoT 디바이스 시제품이다. 개발 과정은 물론 소프트웨어(SW) 및 HW가 공개돼 있다. 헥스터와 인스트럭터블스(Instructables) 같은 오픈 HW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킥스타터와 인디고고(Indiegogo)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도 정보가 나와 있다.
다양한 응용처별로 매달 100개 이상의 새로운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수집되고 있다. 5년 뒤엔 1만개 이상의 UCC가 쌓일 것이다. 이쯤 되면 이것들을 분류하고 배포하는 큐레이션 사업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1500명 이상의 사용자가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참여는 충성 고객들로 이뤄지는 팬덤이 형성되고,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입소문이 번져 나가 브랜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꿈이 아니다. 크라우드 소싱의 힘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윤봉 위즈네트 사장 yblee@wiz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