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벌일 `국가전략프로젝트(가칭)` 대상 과제를 인공지능(AI), 스마트카, 탄소자원화, 정밀의료기기 등 4대 분야로 압축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과학기술 혁신 방안의 하나로 국가전략프로젝트 청사진을 밝힌 뒤 두 달 만에 후보군이 가시화됐다. 프로젝트는 새싹 신기술 분야를 선정해 정부가 집중 지원, 글로벌 리딩 기술로 성장시키는 것이 핵심 목표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청와대와 관련 부처는 국가전략프로젝트 후보군으로 AI 등 4개 분야 신기술을 추려서 세부 계획을 만들고 있다.
분야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AI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의료기기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탄소자원화 △기계·소재 분야에서 스마트카(자율주행차)가 각각 선정됐다.
정부는 4대 분야 기술기획안에 바탕을 두고 최종 심의, 국가전략프로젝트로 결정한다. 프로젝트는 크게 민간 주도의 조기 상용화형과 출연연구소·대학 위주의 원천기술 개발형으로 구분된다.
청와대의 복수 관계자는 “아직까지 몇 개 프로젝트로 추진할 지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5년 이내의 단기 투자와 5년 이상의 장기 투자로 구분,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오는 8월까지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는 신기술 가운데 AI는 사실상 국가전략 기술로 계속해서 지목돼 왔다. 딥러닝 등으로 대표되는 AI 분야의 기술 연구와 사업화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트렌드성 기술 투자는 단발성으로 이뤄지긴 했으나 연구 지속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정밀의료기기 분야는 우리나라가 꽃피울 핵심 분야로 꼽힌다. 개인 헬스데이터가 저장되는 모바일 기기, 병원정보시스템(HIS),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등이 글로벌 톱 수준에 있다. 유전체 분석의 바탕이 되는 빅데이터 역량도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의료기술 역시 연간 30만명에 이르는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아 치료를 받을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우리나라가 정밀의료기기 분야의 신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면 동양권 의료 시장은 물론 세계 의료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유전체를 비롯한 진료 정보 등의 활용 제한은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탄소자원화는 최근 발전 산업에서 기후변화 대응 해법으로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발전소 가동 후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초기에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목적으로 연구돼 오다 최근 다른 물질로 재활용하거나 전환·고정하는 기술(CCR 또는 CCU)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세계 전력 생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화력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기술이지만 수익성이 고민이다.
스마트카는 자동차와 ICT 융합의 결정체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현대·기아차와 세계 1위 정보기술(IT) 업체인 삼성전자가 있어서 개별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간 협력 움직임이 없다.
우리 기업 간 협력이 미흡하다 보니 중소기업이 스마트카 산업에서 기회를 엿보기도 힘들다.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자율주행자동차 과제는 부품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규모가 작다. 전략적 투자와 후방 산업의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