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섬,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을 구현하는 기반 기술인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소규모전력망)가 해외 에너지신산업 개척 첨병 역할을 맡는다. 개별 제품 단위 수출모델에 한계가 온 만큼 마이크로그리드처럼 시스템 단위 해외사업을 벌이고, 여기에 구성 기술과 핵심 제품을 묶는 패키지형 수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에너지신산업 3대 모델 간담회`를 갖고 에너지자립섬, 친환경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에 들어가는 3개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을 수출 확대 중심에 놓기로 했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전력)수요관리와 에너지 빅데이터 등 최근 IT 융합형 에너지 사업모델이 나오는 만큼, 마이크로그리드에도 섬과 마을을 넘어 학교 등 융합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황 발표에선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전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SW)·건설·자재 등 다양한 업종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비즈니스임이 확인됐다.
김형진 녹색에너지연구원장은 착공을 앞둔 순천 친환경에너지타운 사례를 들며, 기업이 아닌 지자체와 주민 의지로 에너지신산업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순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에너지자립 마을로 변모하는 것은 물론, 주민 수익 창출과 지역 관광 상품화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관심도 높아졌다. 현대건설과 KCC는 자체 제로에너지빌딩 실증센터를 구축한 사례를 언급하며, 건물 에너지효율성과 신기술 적용성을 고민하는 건설업계 트렌드를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마이크로그리드가 에너지분야 해외 수출을 늘리는 중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제품 판매와 설비 설치 수준을 넘어 넓게는 섬과 도시 단위의, 작게는 마을과 빌딩 단위의 에너지인프라를 구축하는 만큼 태양광,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패시브 건축 기술과 자재 등 다수 산업 연결 수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김희집 서울대 교수는 “에너지자립섬과 같은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신산업을 촉진하는 것은 물론, 민간 참여가 활발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해외 진출을 위한 확실한 트랙레코드가 될 수 있고 요소 기술 경제성도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스마트시티 사업을 사례로 들며 초기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차원에서 시작된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이 스마트시티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담기관 지정과 창구일원화, 정보력과 로비력 강화, 중소기업 해외진출 대책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참석자들은 에너지신산업 해외수출 관련 지원과 정책은 많지만 여러 기관에 편재되어 있어 중복이 많고 대표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 관련 정보력과 로비력이 약해 실제 계약 단계에서 고배를 마시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중소기업은 낮은 인지도에 트랙레코드도 부족하다보니 금융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RPS)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산업부는 이날 나온 업계 의견을 모아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EMS 사용 확대 등 이행현황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우 차관은 “우리나라 에너지자립섬, 친환경에너지타운 모델에 많은 국가가 관심을 갖고 있고 유사 사업도 벌이려 하고 있다”며 “해외시장에서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많은 수출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에너지신산업 3대 모델별 개념 및 현황(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