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미래 성장성을 보고 상장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산업 특성상 동일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아 상장 문턱이 높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산업별로 기준을 다양화, 기업의 코스닥 진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코스닥시장 개설 20주년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래 성장형 기술 기업의 메인보드로 발돋움하는 것이 앞으로 코스닥 20년의 목표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기업 규모를 보고 시장을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산업 특성에 맞춰 시장을 키워 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스닥이 기술집약형 기업이 모인 시장이듯 코스닥도 미래 성장형 산업 중심으로 특성화할 계획이다.
“2014년 코스닥시장을 맡을 당시 시가총액이 120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10분의 1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6분의 1로 격차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앞으로는 미국 뉴욕거래소와 나스닥처럼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도록 시가총액을 동일하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김 본부장은 “과거 기업은 자금 조달이나 벤처캐피털(VC)의 엑시트 수단이 기업공개(IPO)밖에 없었다”면서 “거래소가 인수합병(M&A) 중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도 자금 조달 수단을 다양화, 기업에 숨통을 틔워 주는 역할을 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창업부터 상장까지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VC 업계와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VC가 운영하는 자금의 70%가 공적자금이고, 투자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는 등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VC들은 이미 국내를 넘어 해외 기업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투자한 해외 기업을 국내 시장에 상장할 수도 있어 VC와의 협업은 거래소 입장에서도 좋은 일입니다.”
코스닥시장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해외 거래소 연계 거래보다 국내 상장사를 해외에 소개하거나 해외 상장사를 국내에 소개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 등 우리나라에 강한 업종이나 한상기업(한국인이 해외에 세운 기업) 등을 중심으로 코스닥 상장도 유도할 계획이다.
시장 개설 3주년을 맞은 코넥스시장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이 다음 달 중에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면서 “코넥스 기업과 투자한 VC 등의 의견을 수렴, 당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과 관련해서는 “코스닥, 코넥스 시장 모두 지난해 수준은 될 것 같다”면서 “코스닥은 특히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줄고 일반 기업이 늘고 있으며, 코넥스는 이미 20개사가 상장이 이뤄져 전망은 밝다”고 낙관했다.
김 본부장은 아직도 코스닥시장을 보는 투자자들이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시절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기업의 특정 이슈가 시장 전체를 어지럽히는 현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시장 참가자 모두가 소명의식으로 임해야 하는데 시장을 악용하려 들면 폐해는 시장 참가자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에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