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폰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6`의 E7 전시장을 달궜다. 화웨이와 ZTE 등 이미 잘 알려진 글로벌 업체 외에도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르에코, 지오니 같은 제조사의 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지난해 `MWC 상하이 2015`와는 위상이 달라진 오포, 비보, 쿨패드 등 중국 기업은 30만~60만원대의 다양한 제품으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비보가 선보인 듀얼 에지폰은 중국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하드웨어, 한국 제품과 차이 비등
중국 제조사가 공개한 스마트폰은 올해 상반기에 중국에서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둔 제품이다. 30만원 미만의 저가폰도 많았다. 하지만 화웨이나 ZTE 제품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제조사가 만든 60만원 이상의 고가폰도 여럿 등장했다.
MWC 상하이에 등장한 중국 스마트폰의 특징은 대부분 메탈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30만원대 제품도 테두리는 물론 몸체 전체를 메탈로 제작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메탈로 고급스러움을 더하면서 더 이상 중저가폰이라는 느낌을 주는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드웨어(HW) 제원(스펙) 면에서는 이미 한국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4GB 램을 쓰는 제품이 상당수였고, 갤럭시S7과 G5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20을 사용한 제품도 전시됐다. 배터리 용량은 2800~3600㎃h가 대부분이다.
카메라 성능 역시 한국 프리미엄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르에코가 출시한 `르맥스2(Le Max2)`는 후면에 2100만 화소를 쓴다. 메이투가 공개한 V4S는 전·후면 모두 21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소니 IMW230 엑스모어 RS 센서로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 촬영이나 명함 차이가 큰 장소에서도 촬영의 품질을 높여 준다.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비보가 선보인 전면 듀얼엣지폰 `Xplay5`다. 지난 3월 출시된 제품으로, 삼성이 갤럭시S6 엣지부터 적용한 전면 듀얼 에지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외관상 두께나 그립 감 측면에서 갤럭시 엣지 시리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제품이다. 카메라 역시 후면 1600만 화소와 전면 800만 화소, 배터리는 3600㎃h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요소를 갖췄다.
◇메탈과 유리 소재 눈길
동영상 서비스에서 스마트폰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르에코는 지난 4월 출시한 `르맥스2(Le Max2)`를 대표 제품으로 내놓았다. 르맥스2는 퀄컴 스냅드래곤 820을 쓴다. 가격은 2499위안(약 43만원)이며, 5.7인치 대화면을 사용한다. 외관은 아이폰6플러스를 닮았다.
데이비드 콜 넥스트VR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가상현실(VR) 플랫폼 탑재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내놓을 제조사로 르에코를 지목하면서 주목받았다. 최근 미국에 진출, 글로벌 도약을 노리고 있다.
TCL이 공개한 `TCL750`은 중국에서 지난달 28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제품이다. 테두리 메탈 소재와 후면 유리로 차별화를 강조했다. 메탈과 유리가 몸체의 99%를 차지한다. 외관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지문인식과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를 쓰면서도 가격은 1993위안(35만원)이다.
비보와 함께 중국 스마트폰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한 오포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R9`을 소개했다. R9은 1.66㎜로 얇은 베질과 145g 무게, 메탈과 글라스 소재가 인상 깊은 제품이다. 후면(1600만 화소)뿐만 아니라 전면 카메라 성능도 1300만 화소로 높였다.
쿨패드는 스냅드래곤 617, 5.5인치 디스플레이,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맥스(MAX)`를 공개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맥스는 쿨패드가 자체 개발한 쿨 사용자화면(쿨UI) 8.0을 탑재했다. 지문 인식과 고속 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르맥스2와 같이 외형이 아이폰과 흡사하다.
◇중국, 프리미엄폰으로 영역 확장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장세는 점차 빨라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에서 중국 업체가 3~5위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전년 동기 3.7%에서 올해 6.5%로 오르며 3위를 차지했다. 오포는 2.5%에서 4.1%(4위), 비보는 1.6%에서 2.8%(5위)로 성장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매출 순위 3~5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중저가폰을 많이 팔면 오르기 때문에 매출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보다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훨씬 높다. 반면에 매출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중국 제조사가 30만원대 이상부터 프리미엄폰까지 제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내에서 중국 기업의 강세는 여전하다. 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 1~4위를 화웨이(15,8%), 오포(12.6%), 샤오미(12.2%), 비보(11.9%)가 각각 차지했다. 애플이 11.0%로 5위에 턱걸이했다. 삼성전자는 5위권 재진입에 실패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자료에서도 5위권 안에는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가 애플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오포와 비보의 성장세가 눈길을 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기업의 성장은 삼성과 애플 등 외국 기업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MWC 상하이 2016은 중국 스마트폰 성장세를 여실히 보여 줬다. 이들은 중저가폰을 벗어나 프리미엄폰까지 영역을 넓히며 다른 제조사를 위협하고 있다.
상하이(중국)=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