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인상 없다면서 에너지가격은 재편”…어리둥절 미세먼지 세부 대책

정부가 추가로 내놓은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 이행계획이 예산부터 미확정 상태로 짜여져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유값 인상은 없다고하면서 에너지가격은 개편하겠다고 해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미세먼지로 뒤덮힌 서울 상공.
미세먼지로 뒤덮힌 서울 상공.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는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에 3조원, 충전인프라에 7600억원, 노후경유차 조기폐차에 1800억원 등을 투입한다. 하지만 예산당국과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이행계획 마련에 정부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가 참여했는데도 아직 미확정인 채로 발표해 정부내 조율이 제대로 됐는지조차 의문을 샀다.

2005년 이전 출고된 노후경유차를 폐차하고 신규 승용차를 구매하면 개별소비세를 6개월간 70% 감면해준다는 내용(한도 1대당 100만원)도 논란이다. 개별소비세 혜택 신규 승용차에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차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이전 유로3 노후경유차 1대를 폐차하면, 최근 나오는 경유차 8대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새 경유차를 사도 10년이 지나면 노후경유차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것은 세금을 들여 똑같은 문제를 반복시키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경유값 인상을 제외하겠다고 밝히고선, 에너지가격 조정에 착수하고 나선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다. 정부는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를 위해 7월부터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연구에 착수한다. 내년 6월에는 공동연구에 대한 공청회 등을 거쳐, 합리적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게다가 이 일정대로라면 이번 정부에서 에너지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년 하반기에야 에너지가격 조정안이 나오고 이에 대해 논의하다보면 19대 대선이다. 정부는 에너지가격을 조정하지도 못하고 다음 정부에 넘길일을 계획이라고 포함시킨 셈이다.

수도권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제도(LEZ) 확대방안도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다. 환경부는 서울시·인천시·경기도와 큰 틀에서 확대 도입하는 데 합의했을 뿐 시행지역·시행시기·대상차종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이달중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석탄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저감방안도 아직 미확정 단계다. 정부는 노후 석탄발전 10기 폐지·대체건설·연료전환 등 처리 계획 발표를 5일로 미뤘다. 기술적으로 계통 안정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불과 몇 일 차이로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20년 이상 발전소 기존 석탄발전소 대대적인 성능개선 과 자발적 협약으로 배출량 감축 유도 방침을 밝혔지만 큰 방향만 잡아놓았을 뿐 세부 계획은 이달 중으로 마련키로 했다.

이번 세부 이행계획이 설익은 상태라는 것은 정부 대표로 브리핑에 나선 이정섭 환경부 차관도 인정했다. 이 차관은 “기본적으로 특별대책이 지난달 3일에 확정됐고 이를 세부적으로 이행방안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특별대책 추진일정을 구체적으로 확정했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 주요내용 (자료:관련부처 취합)>


 미세먼지 특별대책 세부이행계획 주요내용  (자료:관련부처 취합)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