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20>경제 위기 하에서 경영하는법- 반성(反省)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20>경제 위기 하에서 경영하는법- 반성(反省)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혜안(慧眼)이 있어야 하고, 실행력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위기 시에 반성한다는 것은 상황의 시급성에 비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위기에 왜 우리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가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에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나를 반성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반성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또 언젠가 다시 찾아올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진정한 반성은 참회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후회를 하지 진정한 참회는 하지 않는다. 후회는 일이 잘못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이지만 참회는 일이 잘못된 것이 나의 잘못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반성을 하려면 진정한 참회를 해야 한다.

사람이 늙어 가면서 아픈 것처럼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질병으로 시달린다. 요리조리 해서 고비 고비를 넘기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위기는 오기 마련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면 각종 질병이 생기듯 기업도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면 각종 위기를 겪게 되는 법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의미가 있는 것처럼 기업도 상황이 좋을 때 닥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경제 위기에서의 반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1년, 2년을 되돌려서 `만약 그때 현재의 위기에 대비하려고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했어야 하는 대책들 가운데 지금 가능한 것들이 있는지를 살펴보자. 굳이 과거로 돌아가서 현재의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어떤 위기든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를 현재 상황에서만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면 그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 비슷한 각종 사건 사고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 범죄 사건조차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건, 사고, 스캔들에 많은 사람이 우리 사회는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정말 우리나라가 여기에서 이렇게 멈추는 건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재벌 오너들의 반사회적 문제들, 정신병자들의 `묻지 마` 범죄들, 유력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들의 몰염치한 언행들, 전관예우로 꽉 짜인 자기들만의 이익집단들, 상대적 불평등에 의한 계층 간의 대립들,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들, 어느 것 하나 소통과 조정을 통한 합의로 해결될 전망이 없어 보인다. 사회가 다양한 의견과 생각들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받아들여서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립하고 불신하고 끝까지 쫓아가서 짓뭉개야 직성이 풀리는 듯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사회가 되어 버렸다.

어떤 경제학자는 앞으로 4년도 안 남은 2020년 이내에 우리나라 대표적 그룹들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경제학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우리는 블랙 스완과 퍼팩트 스톰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인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위기를 꿰뚫어 보는 혜안도 없고, 집중력 있는 실행력도 없고, 지금의 무력한 상태에 대해 진정한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나 외부의 지원으로 고비를 넘겨보자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막상 메가톤급 경제 위기가 닥치면 은행을 통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기던 그런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의 각종 사건, 사고가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철저하게 사건을 복기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는 이유도 경제 위기 때 근원적인 문제의 핵심을 보지 않고 단기 처방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여러 차례 경제 위기를 겪었고, 또 잘 극복해 왔다. 아니 잘 극복한 것처럼 보여 왔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확실하게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항상 그다음 위기의 씨앗을 남겨 놓고 덮어 버리지는 않았을까?

지금의 위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이 없으면 사실은 위기를 극복해도 극복한 것이 아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식의 버티기가 유효한 대책처럼 보이지만 반성 없는 시간 끌기는 끊임없는 위기를 이미 잉태하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때 이 위기의 끊임없는 반복을 끊을 수 있는 최종 병기는 반성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