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입니다. 하지만 구매 문화 차이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경하기 힘듭니다.”
미국에서 한류를 이끄는 것은 K팝도 드라마도 아니다. 화장품이다. 한국 화장품은 보그, 코스모폴리탄 등 미국 내 뷰티 패션 잡지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다. 블로그부터 전시회 전용관까지 다양한 곳에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한다.
하지만 실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는 힘들다. 거래 문화 차이 때문이다. 미국 화장품 유통 업체는 소규모로 사고 싶어 한다. 국내 기업은 대량으로 물건을 넘기려 한다. 대금도 국내와 달리 제품을 받은 뒤에 지급하려 한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도 신통치 않다. 미국 소비자는 직접 쓰거나 보고난 뒤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화장품 구매 90%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나머지 10%는 대부분 아마존을 통한 온라인 구매다.
사라 정 랜딩인터내셔널 대표는 “한국 화장품 인기가 치솟으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에 문의도 급증했지만 조건이 안 맞아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며 “미국 소비자는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랜딩인터내셔널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미국 화장품 소매점과 국내 화장품 업체를 연결한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백화점, 소매점 등 기업고객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온라인 플랫폼에 진열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중에 구매하고 싶은 제품을 주문한다. 한국 화장품 회사에 메일이 발송된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안심결제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했다. 미국 고객이 주문 시 미리 돈을 내지만 제품을 받아야만 돈이 국내 업체에 송금된다.
미국 내 시장지원팀을 꾸려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 컨설팅도 제공한다. 시장 전략 수립, 도·소매업체 샘플링, 번역, 주문처리과정 지원, 지식재산권 등록, 규제준수 지원, 계약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뒤 두 달 만에 대형 백화점, 잡화 체인 등 미국 고객사 50여곳을 확보했다. 이들이 보유한 판매점 수는 1만곳에 이른다.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 7곳에 제품을 공급한다. 국내 화장품 업체 회원은 20곳을 확보했다. 정 대표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한국 화장품 중 어떤 제품이 좋은지 몰랐고 거래도 힘들었는데 랜딩 플랫폼에서 손쉽게 해결하게 됐다며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아시아 등 해외 화장품 유통에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보유했다. 정 대표는 10년 넘게 화장품업체 컨설팅을 담당했다. 아모레퍼시픽 미국 진출을 돕기도 했다. 미국 화장품 업체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일을 지원했다. 한국 화장품 인기를 보고 사업 방향을 반대로 돌렸다. 올해 국내 브랜드 200곳, 미국 주요 기업고객 300곳 확대가 목표다. 연간 620억달러 규모인 미국 뷰티 시장에서 주요 기업 300곳이 전체 오프라인 매장 50%를 차지한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 왜 한국 뷰티 제품을 미국에 소개하는 일은 하지 않는지 문의가 많아 현재 사업을 결심했다”며 “향후 일본, 프랑스, 호주, 중국 등 시장을 확대해 화장품 업계 알리바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