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를 이끈 제3차 산업혁명 시대가 저물고 있다. 고도화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SW), 콘텐츠 기반으로 지능화된 기계·제품·서비스가 등장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 융·복합에 기반을 둔다. 침체기에 있는 우리 경제의 회복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2623억원으로 연 30%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020년 국내 시장이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보호하는 기준이 필수다.
일각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를 빅데이터의 걸림돌로 이해하고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명백히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개인 정보 보호라는 굳건한 토대 없이 산업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 산업을 성장시키고 시장을 키우는 것은 그 열매로 행복을 찾자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없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정보보호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명확히 해 빅데이터 활용 주체로 하여금 법을 준수하면서 사업을 영위하도록 해야 한다. 보호와 활용의 균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에는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 제공 등 한정된 목적으로 정보를 활용했다.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가공·분석, 해당 서비스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바둑 대국을 학습한 구글 AI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제압, 충격을 준 것처럼.
예를 들면 정부·통신사·신용카드사 등이 수집한 각종 데이터의 가공 및 분석으로 백신·신약 개발이나 건강 제품, 가전기기, 의료서비스, 로봇, AI 서비스, 드론, 자율주행 차량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정부 관계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개인 정보 비식별 조치 세부 방법을 안내한다.
나아가 비식별 조치가 충분한지, 재식별 위험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개인 정보 보호 책임자와 외부 전문가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도록 했다. 비식별 조치 후에도 재식별될 가능성을 고려했다. 의도해서 재식별하면 받는 행정 제재와 형사 처벌을 안내한다.
필자는 가이드라인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개인 정보 처리·보호 등에 관한 불명확성을 제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창출할 기회를 가져올 것이다. 여러 정부 기관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발표, 기관 사이에 다른 해석이나 잡음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정보기술(IT) 환경은 나날이 변화한다. 데이터 처리 기술이나 형태도 바뀐다.
끊임없는 모니터링으로 적정한 개인 정보 보호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보호에만 치우치거나 간과하지도 않는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미래 산업 사회를 가트너 그룹이 언급한 21세기 유전으로 만들지, 프라이버시의 무덤으로 만들지는 개인 정보 보호 체계의 적정한 유지와 준수에 달려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angjik.lee@bkl.co.kr
-
이호준 기자기사 더보기